여러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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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갔다.
책상까지 비치는 햇살.
어느새 길어진 햇살에 어머소리가 절로 나온다.
계절은 속절없이 흐르고
마음도 흘러간다.
머리 볶은 아줌마
폭탄머리한 아줌마.
너무 아줌마 티나는 머리한 아줌마.
아직도 적응중.
나도 내머리가 낯선데
타인들은 더 하겠지.
왜 그랬냐고 묻는다.
글쎄.
결정적인 이유는 윗층 이웃머리가 예뻐서
평생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로 해보려 했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내 생각과는 영 딴판인 머리가 나왔다.
지금보다 더 꼬불하게 해달라고
인순이처럼
그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굽술굽술한
너댓살된 여자아기가 파마한듯한 머리가 되었다.
원장말로는 악동같다나.
간간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칼.
도깨비 아줌마다.
그래도 지금은 첫날보다 적응이 되어서
좀 낫지 싶은데
다들 아직도 이상하다고 해.
그래도 한동안은 이머리로 살아보려고.
머리가 평생 길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하지만
곧 자랄테고
그러면 묶고 다니던가
아님 다시 자르면 되니까.
난 괜찮은데 함께 다니는 사람이 창피할까봐
좀 덜 곱슬거리게 하려고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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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팔찌가 하고 싶단 생각에
요즘 팔찌를 하고 다닌다.
만든지 이십년도 더되었을꺼다.
그런데 유행타지도 않고 하고 다닐만해.
누군가 내게 왜 보이지도 않는 팔찌를 하고 다니냔다.
글쎄.
팔찌를 한게 왜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남이 보든 말든 그게 뭔 상관인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
처음에 한마디씩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자기일만 생각하기도 벅찬 삶인데
왜 타인의 삶에 관심을 두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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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의 시끌벅쩍함이 가고 조용해진 사무실.
좋다.
며칠전 로즈마리에 꽃이 피었더라.
아주 작은 보라색꽃이.
처음 보고 알았다.
로즈마리에도 꽃이 핀다는걸.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그게 안되네
안타까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