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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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나온덕에
여유로운 출근길.
아파트 현관앞에 사내아이가 뭔가를 한다.
궁금해서 보니 까만 물체가 세개 보인다.
아이에게 뭐냐고 물으니 개미란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이거봐요 내가 목을 잡아뺐는데 아직도 움직여요.
한다.
자세히 보니
한마리는 머리랑 몸통이랑 따로 있는데
몸통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고
한마리는 그대로 있다.
내가 왜 개미를 죽였어
살아있는것을
하니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한다.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일듯 한데.
그아이는 왜 그랬을까.
요즘 아이들이 게임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걸까.
서너살쯤 되어선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보는것이어서 개미를 잡는다고 한게
힘조절이 안돼서 죽이기도 하지만
그런걸 빼고 일부러 죽이는건 ......
개미가 참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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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무실에서 아침 드라마를 본다.
이 회사에서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건
사무실에서 텔레비젼을 본다는거.
정말 이상했지.
넋을 놓고 보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난 거의 보지 않는다.
드라마는 중독되기 쉬워서 한두번 보다보면
꼭 봐야 하기 때문에.
나도 가끔은 본다.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가 실종되었는데
여직원은 그 남자가 죽어야 여자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으니
그 남자가 죽어야 한다고 하고,
남직원은 나중에 살아서 올거라 하며 내게 묻는다.
난 죽지는 않을거 같고 그 남자가 죽어도 그 여자 주인공이 그 남자와 결혼할수 있겠냐고
결혼 한다해도 행복하지 않을거 같다고.
여자 주인공 엄마 병원비때문에 중동에 가서 일하다 죽으면
여자 주인공이 살아가는 평생동안 죄책감을 안고 살거 같다니
그래도 여직원은 죽어야 한단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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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네.
예전 같으면 절대 이해 할 수 없을것만 같은 일들이
이젠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생각이 다 옳은것도 아니고
이세상은 이해 할 수 있는 일들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보기에 끝이 보이고 정말 아닌것 같지만
당사자에겐 너무나 절실한 현실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남직원이 내게 말한다.
요즘 왜 그렇게 저기압이냐고.
어제는 자기에게 소심한 복수를 했다고 하더니.
난 그런적이 없는데.
그가 내게 피해의식을 느끼나보다.
그런 그가 이해가기는 하나
대처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나한테 까칠하게 굴일이 아니라 상사와 대화를 나눠야 할 듯한데.
나라면.
글쎄
정면돌파지.
^^
이게 내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