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흔들 흔들, 그네를 타자.

레테레테 2025. 4. 26. 19:43

아침부터 바람이 차다.
스카프를 두 번 둘러 묶고
모자를 쓰고 양쪽 끈을 잡아당겨
벗겨지지 않게 헐렁하게 리본을 만든다.
조금이라도 덜 추워보려는 몸짓.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희고
분홍, 보라, 하얀, 주황
색색이 영산홍이 활짝.
그래 봄이다.
봄.
추위가 가시기도 전
봄이 오기 바로 전
가로수들이 뭉턱뭉턱 잘려나갔다.
뎅강뎅강이란 말이 더 어울리려나.
어쩜 그리 자른 것인지.
그냥 몸통만 남았다.
통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
말이 되나.
어느 정도껏 잘라야지.
저것이 나무 몰골이냔 말이다.
 
통나무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나와
꽃이 피고 잎이 돋았다.
그 가느다란 줄기에 벚꽃이 피고 흩날리더니 
여리 여린 한 연둣빛 잎들이
나 이제 살았다 
하듯 나날이 커가고 있다.
안타까워라.

 
따가운 햇살을 등뒤에 지고 걷는다.
1시간 빨리 퇴근하는데 
느낌은 너무 다르다.
여유가 있다고 할까.
오늘은 개울가로 걸어 봤다.
여자아이 셋과 작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앞서 걷는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 것인지
재잘거리다가 그네를 탄다.
두 명은 타고 한 아이가 힘차게 그네를 밀어댄다.
두 아이는 좋다고 깔깔.
옆 나무에 묶인 강아지는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몇 발자국 걸으니 그네가 2개 있다.
그중 하나엔 웬 여자가 앉아 있다.
흔들흔들
여자 혼자 그네를 탄다.
그네 아래엔 개 한 마리가 뭔 냄새를 맡고 있고.
나도 그 옆 그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따가운 햇살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눈 뜨기가 어렵네.
두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해를 가리고 실눈을 뜨고 바라 본다.
앞으로 개울물이 흐르고 
개울 위 작은 다리 위로 사람들과 개들이 지나간다.
차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아이들 웃음소리와 물소리만이 들린다.
흔들흔들.
몇 년 만에 그네를 타는 듯.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네에 몸을 맡기고 바라본다.
햇살이 너무 따가워 다시 걷는다.
산책로여서 나무들도 많고
운동기구들이 간간이 있다.
걷다가 운동기구를 한 번씩 해본다.
재밌고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있는 게 얼마만인지.
너무 복잡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고.
월요일이다 싶으면 
벌써 토요일.
갑자기 세월이 빨리 가기 시작했다.
그 빠른 세월 속에 오늘처럼 
여유로운 날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정말 좋은 토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