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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하늘이 파랗다. 무척 오랜만인듯 해. 요즘 계속 날이 흐려서 회색빛 하늘만 보다가 파란 하늘을 보니 신기하네.^^ 일상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던게지. 다리에서 바라본 개울. 상류에 비가 많이 내렸는지 개울물이 늘었다. 늘상 지금처럼만 흐른다면 좋을텐데. 반짝거리는 물결. 마치 황금빛 그물을 던져 놓은것처럼 아름다운 물무늬가 그려져 있다. 처음 보는것 같아. 황금빛 물결을 보는데 갑자기 표범이 떠오르는건 뭘까. 아마도 황금빛 모양이 표범의 무늬랑 비슷해서인가. 반짝이는 물결은 봤었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비가 많이 와서 더러운 것들을 다 함께 가지고 갔기 때문일까. 물속의 모래도 물도 맑다. 내 영혼에도 비가 내렸으면. 저 개울물처럼 파아란 하늘처럼 맑아지고 싶다.
개울을 바라보니 회색빛 새가 오늘도 커다란 돌위에서 물속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백로는 아닌거 같고 그 친척인거 같아서 찾아보니 왜가리란다. 그 말로만 듣던. 왜가리는 똑같은 자세로 물만 바라보고 있다.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가. 물고기가 내려오면 잡아먹으려는 걸까. 그곳엔 물고기가 별로 없다. 물이 내려가는 길목이라 물살이 세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조금만 내려가거나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물고기가 많을텐데 그 왜가리는 왜 그 자리만 고집하는걸까. 아니면 내가 볼때만 그곳에 있는걸까. 왜가리를 보며 안타까워 하는 것처럼 그 누군가의 눈에도 내가 왜가리로 보이지 않을까. 대체 난 뭘 기다리는가. 다른 시각으로 보면 많은 길과 방법이 보일텐데 내가 일부러 외면하는걸까. 아니면 알지도 못하..
사랑이 철옹성인줄 알았다. 비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속에서도 굳건히 버틸줄 알았다. 책으로 배운 사랑은 이세상 그 무엇보다 강하고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현실에서의 사랑은 얇은 종이만도 못하더라. 코끝을 스치는 바람만 불어도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강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고귀하지도 않은거 같더라. 그래도 사랑은 책에서 배운것처럼 아름답고 영원하기를...
등이 휠것만 같은 삶의 무게와 깃털보다 가벼운 사랑. 멀리서도 콤콤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냄새 은은하게 퍼지는 치자향 영 어울릴거 같지 않은 것들이 어울어지는 것이 삶인가.
바람이고 싶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구름이고 싶었다. 여러 모습으로 떠다니는. 새이고 싶었다. 저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무이고 싶었다.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바람이고 싶다. 한자리에 머무면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너의 죄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사랑 하지 않은 죄 라 하겠습니다.
밤나들이 하던 길을 하얀 낮에 가본다. 오랜만에 아 이랬었구나. 작은 호수엔 얼음이 얼었었고, 길가에 짓다만 건물이 있었고, 새로 생긴 카페 벽 색깔이 갈색이었구나. 참 우끼지. 낮에 본 그 길은 무척이나 낯설다. 마치 매일 곱게 화장하던 이의 민낯을 보듯이. 그 민낯에 가슴이 저리다. 봄이 오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