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D (19)
반짝이는 사막속으로
강아지 풀이 바람 따라 흔들 흔들. 아 저렇게 살아야 하나. 바람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눈 감고 귀막고 입도 닫고. 그렇게 살기엔 마음이 너무 작다.
초록 풀잎에 맺힌 물방울.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어여쁘고 귀엽다. 쓰담쓰담 해주고 싶지만 사라질세라 두눈에 꼭 담아 본다. 아침 햇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며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열린 창아래 머리칼이 흔들린다. 바람이 부는구나. 약간은 훈훈한. 그래도 바람이 분다는 것이 어디냐. 좋다. 그 훈훈함 마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얼굴. 낮은 목소리로 불러보는 일곱 글자. 보 고 싶 다. ㅇ ㅇ ㅇ. 살아가는 내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이가 있다는 게 또 얼마나 다행스럽고 좋은일이던가. 호올스를 먹거나 목캔디를 먹을 때면 생각나는 사람. 그리움 한 자락 있다는 거 참 좋은 일이다...
회색빛 하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오전에 갑자기 흰눈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때 내가슴속에서 마음이 툭하고 떨어졌다. 알 수 없는 떨림과 함께. 하늘은 슬픔과 아련함으로 가득 메워갔다. 뭘까. 이 마음은
낮은 바람이 불고 초록빛 나무잎들이 휘리릭 맑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살포시 내린다. 아직 여름에 흠뻑 취한채. 두손을 허공에 내밀어 모아본다. 그 많은 여름이 모은손을 빠져나간다. 세월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듯이. 두손을 휘저어 보지만 손에 걸리지 않는다. 철도 들지 않은 잎들이 지고 있다. 세상풍파를 다 겪은듯한 노오란 잎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철들지 않은 저 초록잎들은 왜 져야 하는가. 오늘도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불겠지. 남은자들의 슬픔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쩌면 모두 다 진실이리라. 이세상에 끈떨어진 연이 될까 걱정스러워 자식 모르게 보약을 지어먹으며 타인에게 자식때문에 건강해야 한다고 하는것도 진실이고 그 자식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하는것도 진실이리라. 그래 이세상에 진실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그 순간 순간 진심이고 진실이리라. 깊고 깊은 애증이 함께 가는 사이. 얼마나 많은 진실을 되풀이해야 서로의 마음을 알게될까. 진실이 하나라고 하면 둘중 하나를 택해야겠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대못을 박는 비수보다 더 찬 말들. 그러기엔 너무 가슴 아프기에 진실은 하나일 필요가 없다.
파아란 하늘. 흰 구름. 쨍쨍 내리쬐는 햇살. 이렇게 눈부신날 빗소리가 듣고 싶다. 장독대 항아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진한 커피향 속에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보고프다. 찬란한 햇살아래 깊은 그림자 젖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