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부는 바람 (3)
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얼마나 왔으려나. 감았던 눈을 뜨니 마침 역이름이 보인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볼 때마다 아련함이 묻어나는 곳.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건만 수백 번도 더 갔었던듯한 곳. 그 옛날 추석 무렵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노래 한 자락을 부르고 세탁기를 탔었다 하던 그. 노래를 썩 잘한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으나 그럴수도 있겠다 했었지. 수줍게 웃음지으며 말하던 그는 아마도 그랬으리라.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지도...
회식. 회식이 끝나고 다들 제갈길로. 난 버스를 타고 오는 걸로.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간다. 밤임에도 춥지 않아 눈이 계속 녹고 있다. 눈은 내릴 땐 예쁜데 눈이 그치고 나면 영 깔끔 치 않다. 밤길. 남녀 커플 한쌍이 지나간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이 시커먼 눈덩이를 뿌리고 갈 뿐 아무도 없다. 무심코 앞을 보니 아버지가 다니던 사무실 앞. 어렸을 땐 그곳에 커다란 연못이 있었고 커다랗고 하얗고 붉은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가끔 놀러 갔었다. 엄마랑 아버지랑 저녁을 먹던 식당은 오간데 없고 그저 기억만 남았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네. 네댓 살 때 아버지가 스케이트를 신겨 손을 잡아주고 걸음마를 가르쳐 줬었다. 겨울마다 개울가 스케이트장에 가서 스케이트를 빌려 함께 타고 어묵도 사 먹고 ..
한계령 양희은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지난 5월에 한계령에 갔었다. 한계령하면 휴게소의 검은 지붕과 마당에서 바라보이는 회색빛 암벽. 그곳에 서면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엔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걸어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거 같아. 외관도 그렇고. 그 쓰던 시커먼 쌍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