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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곰인형

레테레테 2024. 4. 22. 21:28

월요일.

날씨가 생각나지 않는다.

퇴근 무렵

하늘이 파랬고 

갈비 같은 흰 구름들을 잠깐 봤을 뿐.

 

어젠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해가 반짝 나면

콧바람을 쐬러 가려했는데

엄마가 베란다에 나갔다 오더니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단다.

계획을 바꿔 

마트와 화원에 가보는 걸로.

엄마가 작년에 산 분홍 아젤리아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잘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젤리아를 들고 가보자고 해서.

뭔가를 부탁할 땐 되도록이면 늦게 가는 게 나을 듯해서

마트에 먼저 갔다가 가는 걸로.

느지막이 갔더니  주차할 곳도 많고 좋다.

가서 물어보고 흰 마가렛도 하나 들고 왔다.

가지치기는 가을쯤에 하는 걸로.

저녁을 먹고 조용하기에 

엄마가 뭐 하고 있나 하고 보니

곰인형을 꼭 안고 앉아서 자고 있다.

세상에 

맙소사.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작은 곰인형을 안고서 자다니.

처음 보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우끼기도 하고.

 

그 곰은

아주 오래전 아는 언니가

내게 선물한 것이었다.

촉감이 정말 좋아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어제 옷장 정리를 하면서 

버리려고 내놨더니

엄마가

네가 왜 이렇게 천대를 받니

하더니 얼른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곰이 아주 새거나 마찬가지다.

고이고이 모셔 둬서.

약간 노란빛이 돌고

분홍셔츠를 입고 있는 곰.

이쁘긴 하지.

그래도 엄마가 그리 좋아할 줄 몰랐다.

아이처럼 곰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더 큰 인형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엄마는 돈 든다고 

괜찮다고 하겠지만.

이번 엄마 생신 선물로 

곰인형을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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