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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일요일 오후.엄마와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에 갔다.감기가 있어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아침에 오전에 마트에 가고 오후엔 카페에 가서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엄마가 2시 반쯤 지금은 가야 되지 않을까 하기에 집을 나섰다.사람들이 많으면 어쩌지 하고 갔는데의외로 사람들이 없었다.햇살이 내리쬐는 탁자에 앉았다.혹시 팥빙수를 먹으면 춥다고 할까 봐.엄마는 팥빙수난 아메리카노와 마카롱세트.엄마가 의외로 팥빙수를 좋아하네.얼음이라 차가워서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엄마는 요즘 먹고 싶은 게 많다.TV에서 나오는 것은 다 먹고 싶단다.저것도 맛있겠다.저것도.난 별로다.이제 먹고 싶은게 없다.예전엔 먹고 싶은게 많았는데.먹고 싶지도 않고.이상하지.다 먹을 만큼 먹어본 게 아닐까.과자도 아이스크림도.엄만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월요일. 날씨가 생각나지 않는다. 퇴근 무렵 하늘이 파랬고 갈비 같은 흰 구름들을 잠깐 봤을 뿐. 어젠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해가 반짝 나면 콧바람을 쐬러 가려했는데 엄마가 베란다에 나갔다 오더니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단다. 계획을 바꿔 마트와 화원에 가보는 걸로. 엄마가 작년에 산 분홍 아젤리아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잘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젤리아를 들고 가보자고 해서. 뭔가를 부탁할 땐 되도록이면 늦게 가는 게 나을 듯해서 마트에 먼저 갔다가 가는 걸로. 느지막이 갔더니 주차할 곳도 많고 좋다. 가서 물어보고 흰 마가렛도 하나 들고 왔다. 가지치기는 가을쯤에 하는 걸로. 저녁을 먹고 조용하기에 엄마가 뭐 하고 있나 하고 보니 곰인형을 꼭 안고 앉아서 자고 있다. 세상에 맙소사. 여..
하루종일 동서남북으로 꽃을 찾아다녔다. 매번 차를 마시러 가던 곳은 한가하다. 다들 벚꽃축제하는 곳으로 갔나 보다. 몇 년 전부터 나만 알던 곳이었는데 이젠 만인이 다 알아서 그쪽으로는 안 간다. 작년에 갔다가 길에 한참 서있다 왔다. 차가 어찌나 많던지 도로가 주차장이었다. 올해도 멀찍이서 봤는데 교통정리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더라. 우리 집 쪽에도 벚꽃이 만발인데 차 타고 남의 동네 가서 꽃구경 하고 햇살도 맞으며 한동안 앉아있다 왔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지팡이를 짚은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할아버지가 쑥스러워하며 자녀들과 사진을 찍는다. 보기 좋다. 그러고 보니 우린 함께 찍은 사진이 없네. 꽃그늘 아래 거닐다 너무 더워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려니 갑자기 비둘기 떼가 가까이 다가온다. 쫒..
노란 산수유 눈부시게 하얀 목련 또 노오란 개나리 팝콘같은 벚꽃. 산수유가 질때면 새하얀 목련이 피고 목련이 질때쯤 개나리가 피고 그리고 제일 나중에 팝콘같은 벚꽃이 피는게 아니었던가. 근데 내기억이 맞긴한가. 오늘 하루동안 저꽃들을 다 보았다. 간간이 보라빛 제비꽃들과 닭발이 된 나무들도. 반소매를 입은 소녀부터 패딩을 입은 여인까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과 시작하는 봄과 다가올 여름이 혼재된 날이었다. 전자온도계에 24 라는 숫자가 반짝이는.
좋아서 하던 것이 숙제가 된 느낌. 어렵네......
새 소리가 참 좋다. 이 봄에 잘 어울리는. 대체 어떤 새일까. 차안에서 상상해 본다. 작고 회색빛일까 아니면 흰색이 섞인 회색일까. 보고 싶은데 못 볼거 같아. 차문을 열고 나가면 새가 날아갈까봐.
오래간만에 일요일에 나들이를 해봤다. 그래봤자 점심 먹고 장보고. 지난가을 이후로 처음인 듯. 월요일 아침에 차를 빼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중 주차한 차를 밀고 차를 빼야 하는데 차가 너무 무거워. 엄마가 너무 기운이 없다 해서 연포탕을 먹으러 갔다. 낙지가 질기지 않겠냐니 괜찮다기에 갔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질기더라. 처음엔 쭈구미를 먹으러 가려했는데 일요일은 휴무, 평일은 대기가 너무 길고 주차가 어렵다고 해서 패스한 건데. 다음엔 뭘 먹을까 염소탕을 먹으러 가볼까나. 일요일에 외식을 한다니 너무 좋아한다. 뭐 먹지에서 해방되었으니. 점심 먹고 운동화 사러 갔다가 더워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이런 게 좋은 거지 뭐. 별거 있나.
어제 퇴근 후 BYC 매장에 갔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남자 장갑은 많은데 여자 장갑이 없기에 혼잣말로 없네 하고보니 일곱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앞에 있기에 혼잣말을 한 쑥스러움에 웃으니 여자아이가 "왜 웃어요?" -그냥. 웃는 건 좋은 거잖아. 너도 많이 웃어.- 했더니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한다. 내가 웃으며 -미안해 할머니가 아니라서- 하니 아이도 웃는다. 음, 그래 아이들은 정직하지. 거짓말을 못하니까. 짧은 머리에 까만 백팩을 메고 청바지에 까만 겉옷에 운동화라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지 일찍 결혼한 아이들은 그 자녀가 결혼해서 손주가 있을 나이이니. 할머니든. 아줌마든. 그들이 뭐라고 하는 게 중요한가. 그런가 보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