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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아침 일기예보를 보니출근시간에 우산이 있다.하늘을 보니 구름이 있긴 하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아우산을 가져갈까.아님 양산을 가지고 갈까.잠깐의 고민 끝에 양산을 들고 나왔다.음, 탁월한 선택이었다.해가 쨍쨍 다리가 따갑다. 다리 위에 올라서니 날개 끝이 회색빛인 왜가리 한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간다.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개울을 봤다.그때 왜가리 한마리가 사뿐히 내려앉는다.뭐지.금방 한 마리가 다리 건너편으로 날아갔는데.왜가리가 두 마리였던 거다.아주 오래전 두 마리를 보긴 했었다. 왜가리가 앉은 개울가뒤로초봄 첫 자락부터 개울가에서 시작된 공사가 이제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엔 간단한 공사여서 한 달쯤이면 끝날 줄 알았다.오늘 보니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더라.양쪽으로 포크레인(?)..
스무 살 여자애가스물한 살 남자에게 말했다.네가 나의 데미안이었음 좋겠어. 스물한 살의 남자애에게 너무 크고 많은 것을 원했다는 걸그때는 몰랐다.그 여자애는.스무 살이 넘으면어른이라 생각했다.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나 보다. 강산이 서너 번이 바뀌고 보니어른이란 게 별거 아니더라.커진 몸집에얼굴에 주름 몇 개 그려진.조금은 유치하고기타 등등. 그 남자그 여자는 잘 살고 있을까.
여느 때 같으면 아침을 다 먹고 출근하려는 시간에여유롭게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음 좋군.다들 출근할 시간에 이렇게 집에 있다니.오늘은 쉰다.원래는 오후에 나가도 되는데월요일에 장을 보지 못해서,오전에 볼일도 보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왔다.살게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마트에 가보니 역시나 살게 많았다.간만에 앵두를 봤다.하얀 딸기만 봤는데 앵두도 하얀 앵두가 있더라.하양과 빨강 앵두가 섞인 것 한팩과빨강 앵두 한팩,총 두팩을 샀다.올해는 대저토마토가 아직까지 나와서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많은 것으로 골라서 1박스,기타 등등을 사고 나니 카드로 하나다.반찬보다 과일을 더 많이 샀네.지하주차장부터 끌고 오는데 어찌나 무겁더니낑낑거리면서 간신히 왔다.엄마가 조금 산다더니 또 하나네.ㅎㅎㅎ. 오후엔병원 검사하..

엄마 검사 예약 시간 기다리다가책 구경 갔다.책 바자회를 하고 있었다.책들이 꽤 다양하게 있었다.가격까지 저렴하고.어린이 책부터 성인 책까지.아이들도 책을 들고 다니더라.좋은 일이야.누구나 다 책과 가깝게 지내는 거.내 책을 고르다 보니엄마도 봤으면 하는 책들이 있더라.내 맘대로 살 수는 없으니일단 엄마의 의향을 물어봤다.난 동화책이나 글씨 연습 하는 책을 봤으면 했는데엄마가 고른 책은 유머책과글씨 연습책.유머책은 엄마가 고른 것보다내가 고른 것이 더 재밌을 거 같았는데엄마의 맘에 들어야 읽을 거 같아서엄마가 고른 것으로 다 샀다.엄마가 얼마나 읽고 쓸지 모르지만집에 책이 있으면 한 번쯤 보겠지. 나는시집과잠들기 전에 읽는 인문학 365를 대충 훑어보고탐정추리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처음엔 어떤 사건들이..
축문을 읽고절을 하고 축문에 불을 붙여 하늘로 하늘로.모든 일이 잘되고 무사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높이 높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간절히 비는 그 모습에울컥.다시 또 이런 날이 올까.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지만.만감이 교차한다. 고사를 지내고 전체 회식이다.회식을 또 하겠지만지금 모인 이사람들이 다 함께 할지는 모르겠다.오늘은 좀 조용하다.술 권하는 이도 없고.마시자 하던 사람이 한잔도 하지 않으니예전 회식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분위기를 압도하면서2차를 주도하던 이가 일찌감치 자리를 뜨자우리끼리 한잔 하면서웃고 떠들다 다들 집으로.예전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어쩌겠나세월따라 살아야지. 개울을 따라 홀로 걷는 길.예전 생각 많이 나네.개울둑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던 일.어..
열려진 창으로바람과 오가는 차소리가 들려오는 저녁.하늘엔 새 한 마리 훨훨 날고다들 어디로 그리 바쁘게 가는 것인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갑작스런 더위에 당황스럽다.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을 주고 서서히 더워져야 하는 거 아닌가.이렇게 갑작스레 30도가 넘는 것은 반칙 아닌가. 이 더운날옷정리를 했다.서랍장을 새로 사서 어차피 정리를 해야 했다.다 꺼내 놓고 보니 어마어마하다.몇 년 전에도 옷정리를 했었다.그때도 많더니 오늘도 많다.옷 욕심은 별로 없어서 잘 사지 않는데도옷이 많다.내가 더 버려야겠다고 하니그만 버리란다.글쎄. 아직도 가득 찬 서랍장.이건 예뻐서이건 특이해서.요즘엔 이런 옷 없잖아.남겨진 옷들에겐 다들 이유가 있다.추억이 가득한 것이겠지.그 옷과 함께 했던.나의 옷은 거의 무채색.가..
타닥타닥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봄비다. 연둣빛 버드나무는 어느새 짙은 연두빛으로 바뀌었다.그제도 보이지 않던장미들이 활짝 피어났다.세상에.어여뻐라.장미의 계절이 돌아 왔구나.올해도 장미 사진을 실컷 볼 수 있겠지...
스르륵기차가 멈춘다.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잠깐의 머무름.창밖으로 보이는 오월의 오후.아직도 해가 많이 남았다.역 바로 앞에읍사무소가 멀지 않은 곳에축협과 농협 주민자치센터.그 뒤로 보이는 논엔 물이 가득가득.움찔.기차가 출발한다.논뒤로 듬성듬성 집들이 있고축사와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하다.저 멀리엔 연둣빛과 초록이 어우러진 야트막한 산이 있다.기찻길을 사이에 두고반대편엔 학교가 있다.집들과 산이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 너의 집은 어디쯤이었을까.집들을 따라가 본다.저 면사무소 마당에서 기세 좋게 노래를 불렀을까.지금 생각해도 참 의외다.그런 면이 있었다니.이곳을 지나칠 때면언제나 너의 기억이 뒤따라 오며그리움이 추억으로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