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부는 바람 (5)
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어제 바둑책을 보다가문득 바둑 노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인터넷으로 찾아봤다.마음에 드는 걸 찾기 어려웠다.그래서 모눈종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퇴근하고 오는 길에문구사에 들러 노트코너에 가서기웃기웃.찾는 노트가 없어 구경 삼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딱 맘에 드는 노트를 발견했다.모눈종이처럼 생긴.바둑책에서 문제풀이가 있는데책에 낙서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방안지에 똑같이 그림을 그리고문제를 풀어보는 걸로.방안지에 그림을 그리며 든 생각.나 대체 뭐 하냐.그래도 책이 지저분해지는 거보다는내가 조금 수고로운 편이 나으니아마도 계속하겠지. 예전에 바둑을 가르쳐 달라고 할걸.그때는 왜 그냥 지나쳤을까.지금 이럴 줄 몰랐다.^^

즐거운 어른과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재밌게 읽었다.읽다 보니 어디서 본듯한 이름이 보여서 다시 한번 보니즐거운 어른의 저자와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가 모녀 사이였다.딸이 엄마, 아빠의 문재를 물려받은 것일까.두 권의 결이 비슷했다.즐거운 어른을 읽으며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네 하며 읽었다.사람들과의 관계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생로병사처럼.이런 저런 사연들이 얽히고설키면서.몇십 년을 알고 살아온 사람인데이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고 하고그들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모든 것은 변하고나 또한 변해가니그려려니 하면서 살아야 하리라.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얼마나 왔으려나. 감았던 눈을 뜨니 마침 역이름이 보인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볼 때마다 아련함이 묻어나는 곳.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건만 수백 번도 더 갔었던듯한 곳. 그 옛날 추석 무렵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노래 한 자락을 부르고 세탁기를 탔었다 하던 그. 노래를 썩 잘한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으나 그럴수도 있겠다 했었지. 수줍게 웃음지으며 말하던 그는 아마도 그랬으리라.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지도...
회식. 회식이 끝나고 다들 제갈길로. 난 버스를 타고 오는 걸로.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간다. 밤임에도 춥지 않아 눈이 계속 녹고 있다. 눈은 내릴 땐 예쁜데 눈이 그치고 나면 영 깔끔 치 않다. 밤길. 남녀 커플 한쌍이 지나간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이 시커먼 눈덩이를 뿌리고 갈 뿐 아무도 없다. 무심코 앞을 보니 아버지가 다니던 사무실 앞. 어렸을 땐 그곳에 커다란 연못이 있었고 커다랗고 하얗고 붉은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가끔 놀러 갔었다. 엄마랑 아버지랑 저녁을 먹던 식당은 오간데 없고 그저 기억만 남았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네. 네댓 살 때 아버지가 스케이트를 신겨 손을 잡아주고 걸음마를 가르쳐 줬었다. 겨울마다 개울가 스케이트장에 가서 스케이트를 빌려 함께 타고 어묵도 사 먹고 ..
한계령 양희은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지난 5월에 한계령에 갔었다. 한계령하면 휴게소의 검은 지붕과 마당에서 바라보이는 회색빛 암벽. 그곳에 서면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엔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걸어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거 같아. 외관도 그렇고. 그 쓰던 시커먼 쌍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