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이런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본문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야 나 이거 또 잊어버렸다.
어떻게 하지-
하며 휴대폰을 들고 온다.
지난번에 문자랑 사진 보내는 법을
설명했는데 이틀 쉬고 나니 다시 원상태로 복귀.
전혀 생각이 안난대.
다시 처음부터 시작.
아 어렵다.
보내는 사람을 선택하고
반짝거리는 선이 있는 곳에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사진을 보내고 싶으면 네모 안에 산이 그려진 것을 누르고
보낼 사진을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누르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자꾸만 전에 보낸 사진을 누르니
사진을 저장하라고 나오니 그게 아니라 해도 안된다.
할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보낸 문자와 사진을 다 지우는 걸로.
그러고 나니 쉽게 사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ㅎㅎ
엄마도 살기 힘드네.
계속 폴더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몇 년 안 되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데
사진이랑 문자를 보내라 하니
엄마도 답답하겠지.
누군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라고
엄마가 아기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때
셀 수 없이 많이 가르쳐 줬을 텐데
이제 와서 엄마가 물어본다고 몇 번 알려주고는
급기야 짜증을 내면 되겠냐고.
그 말이 맞긴 하다.
그래도 그게 쉽지 않네.
어젯밤에 10개도 넘는 사진을 엄마에게 받았다.
사진 폭탄이었다.
나중에 문자가 왔는데 사진이거니 하고 있다가
자기 전에 봤다.
엄마가 문자를 보냈다.
-오늘힘들었지-
내가 띄어쓰기를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되네.
ㅎㅎ
우리 엄마도 이런 말을 할 줄 아네.
엄마도 나도 생전 해보지 않던 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있구나.
이런 날도 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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