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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치다

레테레테 2023. 10. 21. 10:00

베란다에  나도 샤프란 흰꽃이 피었다.

이번엔 키가 작다.

화단에 있을 땐 잎도 무성하고 이들이들한데

집에만 들어오면 성성이가 되어 꽃도 거의 피지 않는다.

안타까워라.

좋아하는 꽃인데.

간만에 본 화단.

나무들이 알록달록하다.

빨갛고 노랗고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잔뜩 흐린 회색빛 하늘.

혹시 몰라 접는 우산을 챙겨 나오니

벌써 비가 내린다.

바람도 꽤 불고 춥다더니 진짜 춥다.

토요일 아침.

텅 빈 거리를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는다.

개울은 짙게 물들어 더 차갑게 보인다.

아카시아 나무는 그새 키가 더 자랐다.

아마도 내년 봄엔 내키를 훌쩍 넘으리.

이 차가운 아침에 오리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오리들은 춥지도 않은가.

 

신호를 기다리는데 여느 날과 달리

신호가 이상하다.

뭐지 하는데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소방차다.

커다란 불자동차 1대와 작은 차

그리고 지휘차량(?).

가까이 오기에 건널목에서 보는데

첫 번째 차에 타고 있던 소방관이랑

눈이 마주쳤다.

소방복을 입은.

우리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겠지만

소방관이나

그들을 기다리는 이에겐 얼마나 긴장된 순간이겠는가.

기다리는 그 시간이 그들에겐 엄청 긴 시간이겠지.

큰일 없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아마도 그들 때문에 신호가 바뀌었던 거 같아.

소방차들의 이동에 따라 신호등이 바뀐다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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