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호사를 누리며 걷는 길. 본문

반짝이는

호사를 누리며 걷는 길.

레테레테 2022. 12. 21. 21:38

떡가루 같은 눈이 날리는 아침.

그새 눈이 쌓였다.

차 뒤꽁무니에선 연실 하얀 연기가

폴폴폴 나오고

몇몇 사람들은 떨이개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다.

눈 오는 아침을 이렇게 맞고 있다.

눈이 와서인지 그리 춥지는 않다.

오늘은 차 타고 갈 거지 하는 말을 뒤로 하고

속으로 대답한다.

아니 오늘도 걸어갈꺼야.

눈 오는 풍경을 보고 싶어.

지난번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그 위에 눈이 또 쌓인다.

걷기가 쉽지 않다.

빨리 걷는다지만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린다.

하얀 눈이 쌓인 다리 위엔 아무도 없다.

조금씩 조금씩 개울을 채워가는 엷은 얼음 위로

하이얀 눈이 살포시 내린다.

얼음 사이로 흐르는 개울 가운데선 

오리들이 물에 얼굴을 묻고 부지런히 아침을 먹는다.

어제 퇴근길엔 회색빛 왜가리와 흰 백로도 보이더니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호사를 누리며 걷는 길.

좋다.

 

 

 

 

'반짝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이브엔 영화를.  (1) 2022.12.24
팥죽  (1) 2022.12.23
겨울이 깊어가는 시간  (1) 2022.12.19
해파리  (2) 2022.12.16
안녕. 작은 하얀 꽃  (3)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