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호사를 누리며 걷는 길. 본문
떡가루 같은 눈이 날리는 아침.
그새 눈이 쌓였다.
차 뒤꽁무니에선 연실 하얀 연기가
폴폴폴 나오고
몇몇 사람들은 떨이개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다.
눈 오는 아침을 이렇게 맞고 있다.
눈이 와서인지 그리 춥지는 않다.
오늘은 차 타고 갈 거지 하는 말을 뒤로 하고
속으로 대답한다.
아니 오늘도 걸어갈꺼야.
눈 오는 풍경을 보고 싶어.
지난번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그 위에 눈이 또 쌓인다.
걷기가 쉽지 않다.
빨리 걷는다지만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린다.
하얀 눈이 쌓인 다리 위엔 아무도 없다.
조금씩 조금씩 개울을 채워가는 엷은 얼음 위로
하이얀 눈이 살포시 내린다.
얼음 사이로 흐르는 개울 가운데선
오리들이 물에 얼굴을 묻고 부지런히 아침을 먹는다.
어제 퇴근길엔 회색빛 왜가리와 흰 백로도 보이더니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호사를 누리며 걷는 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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