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29)
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새 소리가 참 좋다. 이 봄에 잘 어울리는. 대체 어떤 새일까. 차안에서 상상해 본다. 작고 회색빛일까 아니면 흰색이 섞인 회색일까. 보고 싶은데 못 볼거 같아. 차문을 열고 나가면 새가 날아갈까봐.
오래간만에 일요일에 나들이를 해봤다. 그래봤자 점심 먹고 장보고. 지난가을 이후로 처음인 듯. 월요일 아침에 차를 빼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중 주차한 차를 밀고 차를 빼야 하는데 차가 너무 무거워. 엄마가 너무 기운이 없다 해서 연포탕을 먹으러 갔다. 낙지가 질기지 않겠냐니 괜찮다기에 갔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질기더라. 처음엔 쭈구미를 먹으러 가려했는데 일요일은 휴무, 평일은 대기가 너무 길고 주차가 어렵다고 해서 패스한 건데. 다음엔 뭘 먹을까 염소탕을 먹으러 가볼까나. 일요일에 외식을 한다니 너무 좋아한다. 뭐 먹지에서 해방되었으니. 점심 먹고 운동화 사러 갔다가 더워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이런 게 좋은 거지 뭐. 별거 있나.
어제 퇴근 후 BYC 매장에 갔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남자 장갑은 많은데 여자 장갑이 없기에 혼잣말로 없네 하고보니 일곱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앞에 있기에 혼잣말을 한 쑥스러움에 웃으니 여자아이가 "왜 웃어요?" -그냥. 웃는 건 좋은 거잖아. 너도 많이 웃어.- 했더니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한다. 내가 웃으며 -미안해 할머니가 아니라서- 하니 아이도 웃는다. 음, 그래 아이들은 정직하지. 거짓말을 못하니까. 짧은 머리에 까만 백팩을 메고 청바지에 까만 겉옷에 운동화라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지 일찍 결혼한 아이들은 그 자녀가 결혼해서 손주가 있을 나이이니. 할머니든. 아줌마든. 그들이 뭐라고 하는 게 중요한가. 그런가 보다 한다..
어제 퇴근하려 준비하는데 상사가 "ㅇㅇ씨 요즘 개울에 가마우지 있나?" -네 엄청 많아요.- 지난주부터 개울엔 전쟁이다. 어느 날 아침 다리 위로 까만 새 한 무리가 날아가더라. 언제 까마귀가 저렇게 많아졌나 하곤 개울을 보니 개울가가 하얗다. 백로가 떼로 몰려 있었다. 음 한동안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많은 백로는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일 년에 몇 번. 그날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갔는데 며칠 후 그와 비슷한 광경을 봤다. 자세히 보니 까만 새는 까마귀가 아니었다. 가마우지였다. 가마우지와 백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중. 백로들이 다가가자 가마우지가 날아오른다. 백로들 사이에 왜가리가 보인다. 아마도 백로와 늘 함께 하던 그 왜가리인 듯. 가마우지들이 놀라 다들 날아가는데 세 마리는 아무..
지난주 일요일 아침에 TV를 보다가 두부로 인절미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중간부터 봐서 자세히 못 봤다. 며칠 전 검색을 해보니 지난 tvn 슈퍼푸드의 힘에서 나왔던 것이었다. 엄마가 떡을 하도 좋아해서 점심에 밥대신 떡을 먹을 정도다. 내가 떡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안된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만들어 봤다. 대성공. 모냥은 좀 그렇지만. 엄마가 맛있단다. 설탕을 하나도 안 넣어서 단맛이 안 날 줄 알았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단맛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두부 인절미 만드는 법 재료 두부 1모 300g 전분가루 6큰술 50g 원당 40g 물 50ml 소금 1g 콩고물 만드는 법 1. 믹서기에 두부 300g, 원당 40g, 물 50ml, 소금 1g을 넣고 곱게 갈아준다. 2. 곱게 간 두부에 전..
며칠 전엔 겨울이 가고 진짜 봄이 온 줄 알았다. 아 니 었 다. 어제 오늘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어찌나 차던지. 아침에 잠깐 바람을 맞은 것뿐인데 계속 추웠다. 핫팩의 도움을 좀 받았다. 세상에 겨울에도 한두 번밖에 사용 안 했는데. 등에 대고 있으니 온기가 돈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있으니 따뜻한 게 좋다. (핫팩집을 만들었다. 아주 간단하게. 안 신는 수면양말 발가락 쪽만 일자로 박아서 모냥은 좀 이상하지만 좋다.^^) 그래 이것도 봄의 모습이지. 꽃처럼 피어나는 화사한 봄처녀가 아니라 온몸을 잔뜩 웅크리게 만드는 새초롬하고 도도한 봄처녀. 이 또한 그리워지리라. 타는듯한 여름날 그리워하게......
걸어오다 보니 눈 내린 풍경이 정말 예쁘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한쪽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아침 공기가 차긴 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하다. 눈을 쏟아부은 듯 나무들이 흰 눈으로 덮여있다. 다리를 건너니 풍경이 조금은 다르다. 건물 앞 가로수 한그루가 반반으로 나뉘어 반쪽은 햐얀눈으로 반쪽은 맨살을 드러낸 채로 있다. 건물이 울타리가 되어 눈을 막아준 것이다. 온몸으로 눈을 맞고 있는 나무와 울타리 안의 나무. 눈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자유롭게 살 것인가 울타리 안에서 눈비를 피하며 편안한 삶을 살 것인가. 글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