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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개울가

레테레테 2023. 12. 16. 09:57

이틀간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어찌나 많이 내렸던지

개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물이 넘실 거린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거세게 내려가는 개울물.

넘실대는 개울물 위로

흰 눈이 내린다.

눈과 물이 하나 되어

흘러 흘러간다.

12월에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개울을 물들였던 초록은

이제 검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서

땅으로 땅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 계절에

이때쯤엔 눈이 펑펑 내리고

개울물은 거의 얼어가고 있어야 할 때인데.

개울둑엔 초록 초록하다.

잡초와 잔디들은

봄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갈색과 초록이 함께한 계절.

눈 속에서도

그 초록들은 잘 버텨가며

봄을 맞겠지.

 

이 눈 내리는 날

백로와 왜가리와

작은 새끼 오리들은 

잘 지내고 있는가.

어디서 작은 새끼 오리들이 온 것인지.

백로와 왜가리는 잘 지내겠지만

오리가 걱정스럽다.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낼지...

 

오늘 본 개울 풍경은

아마도 올해 마지막이 아닐까.

내일부터 춥다니 

다음 주엔 아마도

얼음으로 뒤덮인 개울을 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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