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봉숭아꽃물 들이기 본문
작년엔 아파트에 봉숭아꽃이 간간이 보이더니
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는 화분 한개에
봉숭아꽃대가 한대 있을 뿐.
더 있는데 보지 못한 것인지
아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올해는 진짜 봉숭아꽃을 따서 물을 들여볼까 했는데
할 수 있으려나.
예전엔 봉숭아꽃이랑 초록색잎을 따서
하룻밤정도 거실에 놔두었다가
좀 시들해지면
백반이랑 소금이랑 넣어서 찧었다.
금방 딴 꽃으로 물을 들이면
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손가락 전체를 물들이니.
손가락에 물이 들까봐
크림도 발라보고 무색 매니큐어도 발라 봤었다.
크림은 잘못 바르면 손톱에까지 묻어서
봉숭아물이 잘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잘 찧어 놓은 봉숭아꽃을
손톱크기보다 좀 크게 올리고
잘라놓은 비닐로 감싸고 무명실로 묶어 주었었다.
느슨하게 묶어야지
너무 꼭 묶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잠결에 쑥 빼버리고 자기도 했었다.
그러면 이불이 알록달록 해지는 거지.
봉숭아물이 들어서.
붉게.
엄마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거지.
ㅎㅎ
몇 해 전까지는 계속 들였던 거 같아.
이젠 봉숭아꽃을 보기도 힘들어서 들이기 어렵네.
요즘은 과학의 힘을 빌어
다이소에서 봉숭아빛 물들이기를 사서
마치 봉숭아물들인 것처럼 할 수도 있다.
봉숭아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 개어서
손톱에 올리고 잠깐만 있으면 질척했던 봉숭아가루가
단단해지며 굳는다.
굳은 가루를 떼어내면 진짜 봉숭아꽃물보다 연하게 물든다.
처음엔 굳은 가루를 그냥 버렸었는데
좀 아까운 거 같아서 다시 물을 붓고 불린 다음에
한 번 더 물을 들이니 또 물이 든다.
좀 더 진하게.
올해는 봉숭아꽃을 찾아다녀보자.
꽃물을 진하게 예쁘게 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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