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595)
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만약꼭 태어나야 한다면들판의 이름 모를 작은 꽃이었으면. 또다시 태어나야 한다면화사한 봄날한 잎 한 잎 춤추며 떨어지는벚꽃이었으면. 그리고도 또또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가야 할 때를 알고 뚝뚝 떨어지는붉은 동백꽃이었으면. 그리도도 또또또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바람타고 이리저리 다니며세상구경하는민들레 홀씨였으면.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욕심 부자였다.
하루가 저물어 간다.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TV를 좀 보다가 책도 읽고 푹 쉴줄 알았다.아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숨겨져 있지. 엄마가 아침부터 뭘 한다.소리가 요란하다.뭔가 하고 보니오이를 한아름 가져다 놨다.며칠 전 오이소박이를 할까 하더니오이를 많이 사왔네.요즘 팔이 아프다 하여도마를 가져다 양끝을 자르고 사등분하고그중 하나를 다시 4-6 등분하여 자른다.이제부터 무한 반복.다 자르고 나면 이제 과도를 가져다오이 속을 잘라낸다.그래야 오이가 무르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다.자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다 자르고 나면 커다란 냄비에 소금을 넣고 물을 끓인다.끓는 물에 잠깐 데쳐 찬물에 두어 번 헹궈 준다.이렇게 하면 오이소박이를 다 먹을 때까지 아삭아삭하다.여기까지 준비..
아침부터 바람이 차다.스카프를 두 번 둘러 묶고모자를 쓰고 양쪽 끈을 잡아당겨벗겨지지 않게 헐렁하게 리본을 만든다.조금이라도 덜 추워보려는 몸짓. 하늘은 푸르고구름은 희고분홍, 보라, 하얀, 주황색색이 영산홍이 활짝.그래 봄이다.봄.추위가 가시기도 전봄이 오기 바로 전가로수들이 뭉턱뭉턱 잘려나갔다.뎅강뎅강이란 말이 더 어울리려나.어쩜 그리 자른 것인지.그냥 몸통만 남았다.통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말이 되나.어느 정도껏 잘라야지.저것이 나무 몰골이냔 말이다. 통나무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나와꽃이 피고 잎이 돋았다.그 가느다란 줄기에 벚꽃이 피고 흩날리더니 여리 여린 한 연둣빛 잎들이나 이제 살았다 하듯 나날이 커가고 있다.안타까워라. 따가운 햇살을 등뒤에 지고 걷는다.1시간 빨리 퇴근하는데 느낌은 너무 다르..

거의 이십 년 만에 집을 떠나봤다.당일치기로 다니기만 했는데이번엔 시간이 있어서 1박 2일로.엄마는 부산에 가자는데 운전하고 가기엔 너무 멀고경주까지 가기엔 조금 멀고.ㅎㅎㅎ멀다는 이유로 초반에 탈락.그나마 가까운 동해안을 가기로.벚꽃은 다 졌을 것 같고삼척 맹방에서 유채꽃 축제를 한다기에 가보기로 했다.유채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쏠비치에 묵으면서맹방 유채꽃 축제도 가고묵호항 가서 회도 먹고반건조 대구와 참소라와 황태도 샀다.테라로사로 갈까 하다가박이추 보헤미안 본점에 가서난 커피를 엄만 레모네이드를 마셨다.집으로 오는길엄마가 휴게소 호두과자가 먹고 싶다기에 그것까지.짧은 여행이었지만 좋았다.엄마는 또 가자고 한다...맹방 유채꽃 축제에서 꼬마 기차를 타고쏠비치 산토리니광장에서
#화단이 환하게 빛난다.하이얀 목련이 피었다.세상에.어제 하루 못 봤을 뿐인데.하루 오롯이 집에만 있었더니세상이 바뀌었다.토요일 아침만 해도목련에 회색망울들만 가득했는데오늘 아침 출근길에 온통 하얗다.화단은 희디흰 목련과노오란 산수유로 가득하다.진짜 봄이 온 게다. ##뭐 먹지 뭐 먹지.어제 점심, 저녁.연달아 들으니 안 되겠어서 퇴근하고 마트로 갔다.등갈비찜을 할까 하다가그냥 돼지갈비찜을 하는 걸로.고기만 사가지고 곧바로 왔다.갈비 손질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집에 오자마자갈비 손질을 한다.저녁을 먹고 하면 너무 늦게까지 할거 같아서.크게 자른 갈비를 하나하나 다시 자르고허연 비계를 다 떼어내고 돌려 깎아 얇게 편다.하나 하나 손질하다 보니한 시간이 걸려 다 끝났다.일단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물..

일요일이다.날씨 좋다.미세 먼지만 아니면 완벽한 봄날인데.오늘은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과자통을 보니 두 개밖에 없다.그 말인 즉과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이번엔 두 종류로 만들었다.하나는 전에 만들던 대로다른 하나는 자두를 넣고.지난번에 엄마가 자두를 넣어 달라고 해서.똑같은 시간으로 구웠는데자두 넣은 것이 까맣게 탔다.아마도 자두 때문인 듯.굽는 시간을 줄이고온도도 낮추니 좀 낫다.허리를 펴고베란다를 보니애니시다 꽃이 활짝 피었다.조롱조롱 줄지어 있던꽃망울들이 하나하나 피어나고 있다.노란 꽃 덕분에 집이 환하다.핑크 연보라 호주매가 있으면 더 환할 텐데.며칠 전 화원에 전화해 보니 아직 안 나왔단다.온다고 하더니 다음 주에나 온다나.다음 주에 가 봐야지.
아침커튼을 걷으니개울둑아래 흰 눈이 쌓여있다.눈이 내렸다.지난 일요일에도 눈이 온다더니비만 내렸다.오늘은 하얀 눈이 내렸다.우산을 챙겨 들고 나왔는데햇살이 반짝반짝.아 눈이 온다더니.주차장의 차들은 하얀 눈을 이고 있다.그래아직 삼월인데 눈이 오고도 남는다.아주 오래전삼월에 폭설이 내려 버스가 가질 못했던 적이 있었다.그때만큼 내린건 아니니 애교로 봐 줄만 하다. 나뭇가지 위에 눈이 거의 녹았다.이상하지.차위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는데왜 나무위엔 없을까. 참 날씨도.햇살이 환하게 비추는데그 햇살을 따라 눈이 반짝거리며 햇살을 타고 내린다.해가 날때 비가 오는 건 봤지만해와 함께 내리는 눈은 기억에 없다.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해가 나다눈이 내리다를 하루 종일 반복한 날이었다.이렇게 겨울이 미련을 남기며..

아침주방의 작은 창에서 물이 똑똑똑.비가 온다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네.잔잔히 내리는 비.그냥 바라다보면 비가 오는 줄도 모르겠다.창가로 똑똑똑 떨어지면 그제사 비가 온긴 오는구나 하는 거지. 방을 치우고 서랍장 정리를 한다.두꺼운 겨울 양말은 치우고 약간 얇은 양말로 바꾼다. 어제 엄마가 애니시다 꽃 한 송이가 피었다기에 베란다로 가본다.꽃이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화분을 이리저리 돌려보니그래 많은 꽃망울 중 한 개가 모양이 다르다.ㅎㅎㅎ활짝 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꽃망울이 약간 벌어져있다.아주 세심히 봐야 보인다.숨은 그림 찾듯. 커피 한잔하고점심 준비를 한다.미나리가 너무 많아서잎만 잘라서 부침개를 해 먹기로.그래 이렇게 비 내리는 날엔 부침개지.잘라 놓은 미나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