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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모자 속으로 찬 바람이 쑤욱 들어온다.채비를 단단히 했다고 했는데 아닌가 보다.햇살이 퍼지기 전그 시간이 제일 춥다.조금이라도 덜 추우려면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다리 위.불조심이라 씌어진 깃발이 거세게 내달린다.아 춥다.이 추운 아침 오리들은 왔을까.다리아래 새끼오리들이 분주하다.몇 마리인지 궁금해서 세어본다.하나, 두울...열 둘.열두 마리네.옹기종기 모여 물속에 부리를 박고서 부지런히 쪼아댄다.대체 뭘 먹는 것일까.정말 귀여워.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오리들은 발 시리지 않은가.물이 찰 텐데.그런 오리가 부럽기도 하다.겨울만 되면 장갑을 끼고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손 시림과 발 시림은 피할 수 없다. 어느새 조금씩 하늘빛이 변해간다.햇살이 연하게 퍼지고 있다.어디선가 한 무리의 새가 나타났다.크게..
어제는 좀 일찍 끝났다.바람은 차지만햇살은 꽤 남아 있었다.시간이 많이 남으니 걸어 보기로 했다.매일 출퇴근하면서 다리 위에서 바라만 보던 그 길을.어제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목요일보다 적었다.건널목을 건너 곧장 다리위로 올라서지 않고개울둑 옆으로 난 내리막길을 서서히 걸어 내려간다.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이번엔 곧장 개울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흙길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시멘트길이다.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하니시멘트길이 좋겠지. 그 푸르름으로 가득하던 개울이온통 누렇다.개울가엔 갈대들이 살랑살랑겨울 바람을 타고 놀고 있다.갈대의 흔들림이마치 오리가 물에서 미끄럼을 타는 듯하다.저물어 가는 햇살아래다소곳이 고개 숙인 갈대를 쓰담쓰담하다가깜짝 놀라 손을 거둔다.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던 갈..
눈이 정말 많이 왔다.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어제부터 내린 눈이 녹으면서그위로 다시 눈이 쌓여질척 질척.대체 어디를 딛어야 할지.잘못 디디면 물속으로 쑤욱. 오늘은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여름에도 25분에서 30분겨울엔 15분에서 20분 정도같은 거리인데 여름과 겨울의 차가 좀 있다.여름엔 빨리 걸으면 땀도 나고 더워서좀 느릿느릿 걷고겨울엔 바람이 너무 차고 추워서빨리 걷는다.^^ 회사에 와서 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서자를 들고 가서 재 봤다.15cm 정도아마도 그보다 더 온 거 같아.바람에 날려서 그 정도니.아마 18cm 정도 되지 않을까.눈을 이고 다니는 차가 꽤 보인다.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은 눈을 흠뻑 맞아온통 하얀 나라다.어쩌냐.차들이 엉금엉금.걸어 다니는 것도 힘드네.
크고 흰 뭉치가서서히 헤엄치듯이리저리 나부낀다.첫눈이다.올겨울. 새벽에 깨서 커튼을 살짝 열어본다.아 까맣다.음 아직 내리지 않았나.분명 밤에 내린다고 했었는데.아침에 일어나니새까만 아스팔트는 빛나고개울가에는 흰 눈이 쌓였다.눈이다.눈이 왔다.어느새 왔는가.밤새 틈틈이 내다 봤는데. 회색빛 하늘 내린 날.혹시나 하는 맘에 우산을 챙겨 들고 나왔다.함박눈이다.첫눈이 함박눈이기 쉽지 않은데.올해는 함박눈으로 시작하는구나.좋다.싸락눈이었으면 살짝 실망했겠지만.바람도 세차다.우산으로 이리저리 바람을 막아 보지만 역부족.발등과 옷에 가방에 겨울이 달라붙는다. 아직도 초록이 가득한 잔디 위로 하얀 솜이불이 덮였다.저리도 푸른데 괜찮으려나.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길에발자국을 만들어 간다.그 누구도 걷지 않은 길.내 ..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다.겨울이라 생각했는데아직가을인가 보다. 이상하지.10월 27은 항상 추웠고가을의 끝이었다.11월이 시작되면해가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한다.나의 겨울은 이때부터 시작되고동지가 되어 해가 노루꽁지만큼 길어지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는 거다.해가 길어지면 영하 십몇 도가 되어도견딜 수 있다.봄이 오고 있다는 거니까.남들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해가 길어진다는 것만으로도기분이 좋아진다.나의 계절 셈법이 타인과 다르지만겨울을 일찍 맞으니봄이 조금 일찍 맞는 것도 일리 있지 않은가.....

우연히 바라본 초등학교 주차장. 붉은 장미꽃들이 있었다. 세상에 처음 봤다. 아침엔 차들이 있어서 못봤는데 아주 우연히 봤다. 장미는 겨울만 빼고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는것인가. 어제는 운전하며 가다가 노랑 하양 분홍 주홍 빨강 장미꽃을 봤다. 크고 탐스러운데 활짝 피기까지 했더라. 운전중이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쉬워라. 대신 눈에, 가슴에 가득 담아왔다. 장미꽃 덕분에 예쁜 하늘을 봤다. 11월 중순의 하늘이 마치 초가을 하늘같다. 정말 이래도 되나...
어제도오늘도 날이 정말 좋았다.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이거실로 스며든 아침.아마 올해 마지막으로 느끼는 가을이 아닐까.베란다에서 내려다본 거리.가을 끝자락을 만끽하려 길을 나선 사람들.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가로수.며칠새노랗게 변해 버린 은행나무들과아직도 초록초록한 은행나무.저쪽 도로 나무들은 노란색이쪽 도로 나무들은 초록색.간간이 초록과 노랑이 함께하는 연두빛 나무들.같은 하늘아래이렇게 다르다니.사람이 모두 다른 모습이듯나무들도 다른 모습일까.왜 모두 노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초록잎 사이로 보이는 주황색 감들.예쁘게 잘 익었다.그 옆에는초록잎들이 둥글게 말리고 그 사이사이로붉은 산수유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주황색 감과 붉은 산수유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하늘 향해 고개들고 있던 나뭇잎들이 아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