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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새해 둘째 날이다.아침에 거실에서 우연히 창밖을 보았다.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저 어딘가 해가 떠오르려 하고 있다.저 위 하늘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빛.아랫부분은 주황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져옅은 분홍빛.말로 설명하기 아주 어려운.멋있었다.30여분 있으면 해가 뜰 텐데.해뜨기 전 풍경은 아름다웠다.아마 쉬는 날이었다면 한동안 앉아서 해를 기다렸으리라.-하지만 쉬는 날은 그 시간에 이불속에서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고 있다.해가 뜬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서- 겨울이라 비가 내리지 않아개울은 말라가고 있다.간신히 물만 흐르는데그 물위로 웬 마른풀들만 가득 떠 있다.그런 풍경은 처음 본다.뭔 일일까.그 와중에 왜가리는 두 발을 물에 담그고목을 잔뜩 움츠린 채 물속만 바라보고 있다.백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기..

어제 뒹굴거리다그간 미뤄 놨던 책을 읽었다.중간까지는 재밌었는데그 이후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더니 간신히 끝까지 읽었다.위 글은읽은 내용 중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다.엄마가 항상 말하기를"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했던 말이었는데,저 글을 읽고 보니그건 돌연사였다.그래 그때는 그게 자연스럽게 죽는 거라 생각했는데지금 생각해 보니 돌연사가 맞다.아무도 모르게 잠자는 사이에 죽는다니.그러고 보니 뉴스에서도 돌연사라고 했던 거 같아. 자연사라는 게 꽤나 극적이네.다른 재밌는 이야기도 많았지만유독 이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엄마 때문이다.2025년의 첫날을 책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쉬는 날.근데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씽크대 수리 때문에 업체 사장님이 왔다 갔고,그 길로 볼일보고시간이 맞지 않아서 점심 먹고다시 일 보러 갔다가 마트에 다녀오니 4시가 훌쩍 넘었다. 쉬는 게 쉬는게 아니다.쉬는 날 그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야 하니더 바쁘다.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엄청 춥다.점심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지금까지 먹어본 카페 커피 중 제일 맛있었다.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쓰지도 않고 고소하면서 약간의 산미가 있는. 요즘은 아침마다점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원두 양을 반으로 줄이고점드립을 하니 훨씬 진하고 부드럽다.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방울방울 떨어트리기가 어렵다는 거.어떨 땐 주르륵.그럴 땐 맛이 좀 싱겁다.그래도 내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으니 좋다.삶의 낙이라고 할까..

해순이가 아니라해순 이다.두 번째 해순이해순이도 아직까지 잘 키우고 있다.해순 이도 잘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다시 1일이다
어젯밤에 팥을 불려둔다는 게 깜빡.회사 갔는데 생각 났다.퇴근하고 불려서 내일 먹어야지 했는데,집에 오니 엄마가 팥을 불려서 삶아 뒀더라.찹쌀도 불려 놓고.옷을 갈아입자마자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팥을 넣고 물을 붓고찹쌀을 조금 남기고 불은 붙인다.가늠이 안된다.찹쌀 양이.엄마가 모자라면 밥을 먹는다 한다.조금 남긴 찹쌀을 마저 다 넣었다.처음엔 조금 센 불에서 저어 주었다.조금 있으니 끓기 시작한다.잘 저어줘야 한다.안 그러면 눌어붙어서 타버리니.사알살 저어 주다가 마구 끓으면서팥죽이 펄떡펄떡 튀어 오르기 시작하면불을 줄여 준다.조금 더 저어 주다가 물이 부족하면 물을 조금 더 부어주고는 좀 더 끓인다.찹쌀이 익고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냄비뚜껑을 닫는다.2-3분쯤 후에 뚜껑을 열어보면국물..

자다 깨서 살며시 커튼을 걷어본다.음.하얗군.눈이 왔네.정말로.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서서 앞베란다를 바라다본다.온통 흰 세상에아스팔트에 두 줄만 까맣고 나머진 하얗다.차가 다니는 길은 눈이 녹았고중앙선과 2차선 그리고 인도는 하얗다.눈이 제법 내렸다.얼마나 왔을까.글쎄.우산을 챙겨 들고 나온다.휴대폰 날씨에 8시부터 눈표시가 되어있다.안 올 것도 같은데 만약 조금씩 날리는 눈이라면 괜찮지만펄펄 내리는 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발이 푹푹 빠진다.도로에서 좀 멀찍이 떨어져 건물에 붙어서 걷는다.잘못하면 까만 물세례를 받을 수도 있으니조심조심.그렇게 조심했는데 미끈.한 바터면 넘어질 뻔.잔뜩 긴장하고서 다시 걷는다.건널목 근처까지 왔는데파란불이다.아직 건너지 못했는데 빨간불.조금 빠르게 질척거리는 눈길을 뛰어..
문득이 좋은 세상이라고 했었다는 말이 떠올랐다.이 좋은 세상이란 말은 딱 2번 들어봤다.80대 중반인데이 좋은 세상에 죽기 억울하다고생각해 보니 그 세대는 그럴만하다.일제시대에 태어나고육이오를 겪었고그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왔으니지금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먹을 것도입을 것도,기본적인 것이 풍부하지 않은가그 예전보다. 누군가지금은 돈만 많으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냐고하더라. 그래,정말 좋은 세상이었음 좋겠다.누구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