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오리들은 잘 있었다 본문
어제는 좀 일찍 끝났다.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꽤 남아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으니 걸어 보기로 했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다리 위에서 바라만 보던 그 길을.
어제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목요일보다 적었다.
건널목을 건너 곧장 다리위로 올라서지 않고
개울둑 옆으로 난 내리막길을 서서히 걸어 내려간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이번엔 곧장 개울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흙길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시멘트길이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하니
시멘트길이 좋겠지.
그 푸르름으로 가득하던 개울이
온통 누렇다.
개울가엔 갈대들이 살랑살랑
겨울 바람을 타고 놀고 있다.
갈대의 흔들림이
마치 오리가 물에서 미끄럼을 타는 듯하다.
저물어 가는 햇살아래
다소곳이 고개 숙인 갈대를
쓰담쓰담하다가
깜짝 놀라 손을 거둔다.
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던 갈대가
손바닥으로 파고드는 듯하다.
그 까슬까슬함이란.
개울을 따라 걸으며 물을 살핀다.
지난번엔 오리가 있었다.
오늘도 있으려나.
한참을 걷다 보니 오리가 떼로 있다.
여기 한 무더기 저기 한 무더기.
여기저기 많기도 하구나.
다리 밑에선 볼 수 없었는데.
다들 여기 있었네.
주둥이를 물속에 넣고 뭘 그리 먹어대는지.
작은 새끼 오리들도 있다.
아구 귀여워라.
참 예쁘다.
모든 새끼들은 다 예쁘다.
이번엔 다리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걷는다.
중간에 개울 이쪽과 저쪽을 잇는 작은 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가서 이번엔 잔디밭으로 걷는다.
푹신푹신한 것이 좋다.
위로 올라가 매일 가던 길로 갈 수도 있지만
개울을 따라 집까지 가보는 걸로.
거의 이삼 년 전에 오고 처음 가본다.
그 길은 사람들이 더 없다.
개울을 보니 오리 떼가 또 있다.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더니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날개를 펴고
물을 털어내길 반복하고 있다.
마치 목욕을 하듯이.
한 마리가 하니 모두 따라서 하더니
크게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돈다.
오리가 날개를 펴고 물을 털어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며
그동안 궁금증이 풀렸다.
오리들이 다 어디 갔을까 했는데
다들 자기가 원하는 곳에 잘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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