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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어제 퇴근 후 BYC 매장에 갔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남자 장갑은 많은데 여자 장갑이 없기에 혼잣말로 없네 하고보니 일곱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앞에 있기에 혼잣말을 한 쑥스러움에 웃으니 여자아이가 "왜 웃어요?" -그냥. 웃는 건 좋은 거잖아. 너도 많이 웃어.- 했더니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한다. 내가 웃으며 -미안해 할머니가 아니라서- 하니 아이도 웃는다. 음, 그래 아이들은 정직하지. 거짓말을 못하니까. 짧은 머리에 까만 백팩을 메고 청바지에 까만 겉옷에 운동화라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지 일찍 결혼한 아이들은 그 자녀가 결혼해서 손주가 있을 나이이니. 할머니든. 아줌마든. 그들이 뭐라고 하는 게 중요한가. 그런가 보다 한다..
어제 퇴근하려 준비하는데 상사가 "ㅇㅇ씨 요즘 개울에 가마우지 있나?" -네 엄청 많아요.- 지난주부터 개울엔 전쟁이다. 어느 날 아침 다리 위로 까만 새 한 무리가 날아가더라. 언제 까마귀가 저렇게 많아졌나 하곤 개울을 보니 개울가가 하얗다. 백로가 떼로 몰려 있었다. 음 한동안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많은 백로는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일 년에 몇 번. 그날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갔는데 며칠 후 그와 비슷한 광경을 봤다. 자세히 보니 까만 새는 까마귀가 아니었다. 가마우지였다. 가마우지와 백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중. 백로들이 다가가자 가마우지가 날아오른다. 백로들 사이에 왜가리가 보인다. 아마도 백로와 늘 함께 하던 그 왜가리인 듯. 가마우지들이 놀라 다들 날아가는데 세 마리는 아무..
지난주 일요일 아침에 TV를 보다가 두부로 인절미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중간부터 봐서 자세히 못 봤다. 며칠 전 검색을 해보니 지난 tvn 슈퍼푸드의 힘에서 나왔던 것이었다. 엄마가 떡을 하도 좋아해서 점심에 밥대신 떡을 먹을 정도다. 내가 떡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안된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만들어 봤다. 대성공. 모냥은 좀 그렇지만. 엄마가 맛있단다. 설탕을 하나도 안 넣어서 단맛이 안 날 줄 알았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단맛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두부 인절미 만드는 법 재료 두부 1모 300g 전분가루 6큰술 50g 원당 40g 물 50ml 소금 1g 콩고물 만드는 법 1. 믹서기에 두부 300g, 원당 40g, 물 50ml, 소금 1g을 넣고 곱게 갈아준다. 2. 곱게 간 두부에 전..
며칠 전엔 겨울이 가고 진짜 봄이 온 줄 알았다. 아 니 었 다. 어제 오늘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어찌나 차던지. 아침에 잠깐 바람을 맞은 것뿐인데 계속 추웠다. 핫팩의 도움을 좀 받았다. 세상에 겨울에도 한두 번밖에 사용 안 했는데. 등에 대고 있으니 온기가 돈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있으니 따뜻한 게 좋다. (핫팩집을 만들었다. 아주 간단하게. 안 신는 수면양말 발가락 쪽만 일자로 박아서 모냥은 좀 이상하지만 좋다.^^) 그래 이것도 봄의 모습이지. 꽃처럼 피어나는 화사한 봄처녀가 아니라 온몸을 잔뜩 웅크리게 만드는 새초롬하고 도도한 봄처녀. 이 또한 그리워지리라. 타는듯한 여름날 그리워하게......

걸어오다 보니 눈 내린 풍경이 정말 예쁘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한쪽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아침 공기가 차긴 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하다. 눈을 쏟아부은 듯 나무들이 흰 눈으로 덮여있다. 다리를 건너니 풍경이 조금은 다르다. 건물 앞 가로수 한그루가 반반으로 나뉘어 반쪽은 햐얀눈으로 반쪽은 맨살을 드러낸 채로 있다. 건물이 울타리가 되어 눈을 막아준 것이다. 온몸으로 눈을 맞고 있는 나무와 울타리 안의 나무. 눈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자유롭게 살 것인가 울타리 안에서 눈비를 피하며 편안한 삶을 살 것인가. 글쎄 . . .

어제부터 비가 진눈깨비로 하루종일 왔다 갔다 하더니 드디어 온세상이 하얘졌다. 눈이 봄눈이 내렸다. 예쁘다. 차들도 하얗다.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서 들고 있던 우산을 슬쩍 찔러본다. 쑤욱 들어가는데 한 3cm가 넘게 온 거 같아. 어쩜 더 많이 내렸는지도. 눈을 이고 달리던 차 창문이 열리더니 손이 스윽 나와 백밀러의 눈을 털어낸다. 내겐 예쁜 풍경이지만 그에겐 성가셨나 보다.
예전엔 비가 내리면 아무것도 안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싶었다. 지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출근 걱정에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쩜 여유가 없어졌거나, 타성에 젖었거나, 낭만이 없어져서인가. 비 때문인지 TV에서 재밌는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않아서인지 어쩔 수 없이 TV를 끄고 유튜브에서 첼로 연주곡을 들으며 블로그를 한다. 문득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건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 ㅎ ㅎ ㅎ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전까지 중국 드라마를 봤다. 소년가행. 벌써 몇 번을 봤는데도 봐도 봐도 보지 못한 장면들이 있다. 이상하지. 어쩜 보고도 기억을 못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