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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내가 좋아하는 나도 샤프란. 화단에서 키우면 잘 크는데 집에만 들여오면 무성하고 이들이들하던 잎들도 성성이가 되고 만다. 아는분에게 얻어 왔는데 삼분의 일도 남지 않았다. 해마다 하얀꽃대가 여러대 올라 왔었는데 올해는 대 여섯송이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저 꽃이 아마 올해 마지막 꽃일지도 모른다. 아 안타까워라. 영양분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해도 보고 비도 맞으며 커야 하나봐. 하얀 꽃이 참 예쁘다. 엄마가 한마디 한다. 왜 그리 비실비실한 꽃을 좋아하냐고. ㅎㅎ 글쎄 그냥 좋다. 맑고 깨끗해보여서. 아기같은 순수함이랄까. 우리집에서만 비실비실하지 화단에 있는 꽃은 정말 풍성하고 예쁘다. ^^
가을 하늘은 파랗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푹 쉴 줄 알았다. ㅎㅎ 하긴 오전엔 잠도 자고 좀 쉬었다. 점심 먹기전까지만 해도 그럴 줄 알았다. 근데 거기까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초롱무를 사야 한단다. 김치를 해야 한다고. 무만 사면 된다기에 나간김에 황톳길을 걷기로 했다. 반 코스만. 정방향은 너무 경사가 가팔라서 못 간다고 해서 역방향으로 걸었다. 느릿느릿. 20분 걸리는 거리를 30분 좀 넘게 걸었다. 걸으며 작은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소나무 향이 정말 좋다. 향긋한게. 지난 목요일에 서울에 다녀와서 엄만 좀 힘들다 했지만 그래도 잘 걸었다. 걷고 나선 늘 그러했듯이 그 카페로 갔다. 지난주보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그늘엔 자리가 다 비었고 해가 드는 곳엔 자리가 없다. 자리를 잡고 보니 저쪽..
베란다에 나도 샤프란 흰꽃이 피었다. 이번엔 키가 작다. 화단에 있을 땐 잎도 무성하고 이들이들한데 집에만 들어오면 성성이가 되어 꽃도 거의 피지 않는다. 안타까워라. 좋아하는 꽃인데. 간만에 본 화단. 나무들이 알록달록하다. 빨갛고 노랗고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잔뜩 흐린 회색빛 하늘. 혹시 몰라 접는 우산을 챙겨 나오니 벌써 비가 내린다. 바람도 꽤 불고 춥다더니 진짜 춥다. 토요일 아침. 텅 빈 거리를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는다. 개울은 짙게 물들어 더 차갑게 보인다. 아카시아 나무는 그새 키가 더 자랐다. 아마도 내년 봄엔 내키를 훌쩍 넘으리. 이 차가운 아침에 오리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오리들은 춥지도 않은가. 신호를 기다리는데 여느 날과 달리 신호가 이상하다. 뭐지 하는데 저 멀리서 사이렌 소..
점심을 먹고 늘 가던 카페로 갔다. 그곳이 좋은 이유는 마음이 편하다는 거. 사람이 많아도 그리 시끄럽지 않고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다. 엄마도 마음이 편해서 좋단다. 지난번에 갔을 땐 국화마다 꽃망울 풍년이었는데 오늘 가보니 노랗고 빨갛고 보라색 국화들이 활짝. 여기저기 꽃천국이다. 예쁘네. 겹채송화도 피었다.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두리번. 매번 안던 자리가 마침 비어서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가 좋은건 앞이 확 트여서 바로 앞산과 저 멀리 산이 보이고 온통 초록초록이라 눈이 시원해진다. 바로 아래 논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카페가 워낙 넓어서 옆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네댓 살 되는 아이들 세 명이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놀았다. 잠시 후 또 다른 팀이 왔는데 아이들이..
해도 없는 새로초롬한 아침. 약간 쌀쌀하다. 토요일 아침. 거의 텅빈 거리를 혼자 걷는다. 좋다. 다리를 건너 건널목에 다다르니 여자분이 있다.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길을 묻는다. ㅇㅇㅇ을 가려면 어디로 가냐고. 여기가 그곳이라 하자 아니라네. 어디로 가시냐고 하니 목적지를 이야기하기에 길을 알려 드렸다. 그분이 새벽장에 와서 도토리 가루를 내주는 방앗간을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안 해준다고 해서 집에 가야 하는데 길을 모른다고. 잠시동안 같이 가며 길을 알려 드렸다. 속으론 깜짝 놀랐다. 요즘 안내문자가 계속 오는데 사람 찾는 문자가 계속 와서. 혹여나 집가는 길을 잃었을까봐 택시를 타고 가셨음 했는데 걸어갈 수 있다고 걸어가시네. 음 잘 가셨겠지...
잔뜩 흐렸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월 날씨가 원래 이랬었나.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이게 가을날이 아니던가. 올해는 왜 계속 날씨가 안 좋은 것 같은지. 그냥 흐렸다는 생각만 드네. 가을하면 가을 사랑. 그리고 가을비 우산속에 두 노래가 생각난다. 가을사랑은 호랑이가 담배 필때 ㅎㅎ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하고 앨범을 받아 왔었다. 이사하느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생각해 보면 참 용감했네. 지금 하라 하면 할 수 있을까.
여름은 가고 가을은 가고 있고, 겨울은 오고 있고. 올여름이 갑자기 가버렸더라. 그 일주일새에. 그 이후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너무 무심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속 시끄럽다. 휴일마다 산에 걸으러 간다. 오늘은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갔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야생화 구경도 하면서. 지난번엔 양쪽으로 주차를 한 차들 때문에 걸어서 이삼 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차로 20분 정도 걸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먼저 가자하니. 안 간다면 방법이 없는데 그래도 먼저 간다 하니. 오늘은 제일 많이 걸었다. 좀 힘들다고 하면서도 반바퀴하고 조금 더. 지레 겁먹고 못 간다더니 한번 걸어보곤 괜찮다 한다. 병원에 있으면서 생각이 많았나 봐. 무섭기도 하고. 그저 건강했으면 좋겠다. 세..
며칠 전부터 약밥이 눈에 띄더라. 먹고 싶긴 한데 파는 건 너무 달아서 . 그래서 내가 만들어 보는 걸로. 어제 퇴근길엔 건포도를 사 왔다. 건포도가 꼭 들어가야 해. ^^ 아침에 만들어 보는 걸로. 식혀야 하니까. 엄마가 한번 해보라네. 그러더니 옆에서 훈수 시작. "찹쌀은 불리면 안 되고." 아냐 불리는 거래. "약밥이 뭐 별거냐. 찰밥이 약밥이지. 난 안 불리고 했어. 그래 니 맘대로 해." 근데 그게 내 맘대로가 아닌 거라는 거지. 찹쌀을 씻고 집에 있는 건 다 넣는 걸로. 팥, 밤, 대추, 건포도, 잣, 호두, 해바라기씨, 호박씨 준비. 설탕은 안 넣으려 했는데 반 숟갈만 넣는 걸로. 물은 찹쌀이랑 동량으로. 아 궁금하긴 하다. 간장이랑 고명만 내 맘이고 나머진 다 엄마 맘이다. 일단 엄마 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