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봄과 오리발 본문
해가 뜨기도 전
어스름한 아침.
라디오에선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
가 흘러나오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은 겨울이다.
영하 7도면 겨울이 아니던가.
아침 바람은 어찌나 차갑던지.
봄이 그리워.
설전에 봄이 온 줄 알았다.
너무도 따뜻해서.
그런 따뜻한 날씨를 보며 든 생각은
이러다 다시 겨울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몇 년 전에도 설전에 따듯하더니
막상 설이 되니 얼마나 춥던지.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오늘까지 춥고 내일부터는 따뜻하다는데
그러면 봄이 오는 걸까.
개울엔 아직도 얼음이 얼어있고
그 얼음 위로 오리들이 뒤뚱거리며
주황색발을 한발 한발 내딛는다.
물을 찾아 얼음 위를 걸어가는 거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얼음물아래서 끊임없이 동동거리며 헤엄을 치고
이리저리 물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머리를 물속에 박고 뭔가를 열심히 쪼아대고.
춥지 않은가.
오리털 때문에 추위를 타지 않고
발이 시린 거 같지도 않고.
오리발이 부럽다.
차가운 물속에서도 얼음 위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오리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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