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봄 바람 해 본문
퇴근길.
처음으로 모자를 쓰지 않고 걸었다.
해는 노루꽁지만큼 길어지고,
바람은 어제보다 훈훈함을 손톱만큼 더 품고서 왔다.
가끔 머릿속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지만 견딜만하다.
좋다.
해를 등지고 산을 바라보며 집으로 간다.
등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할 여력이 없다.
지친 몸을 두 다리가 바삐 앞으로 앞으로 움직일 뿐.
개울은 이제 드넓은 벌판이 되었다.
그간 뭔 일이 있었다.
얼음이 녹을 생각도 하지 않을 지난달 중순.
아침부터 개울에 포크레인 자리를 잡았다.
뭘 하지도 않은 채 자리 잡고서 그대로 있었다.
퇴근길에 보니 개울 한가운데
떠내려온 흙이 쌓여 풀들이 무성했던 그곳이 사라졌다.
범위가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더니
며칠 만에 그 모래무더기산과 풀들이 다 사라졌다.
시원하게 탁 트였다.
정말 좋다.
마치 넓은 들판을 보는듯한 느낌.
개울이 넓어지던 날
온 개울 오리와 백로,
왜가리가 왔었다.
바닥을 헤집어놔서인지 바닥에서 연신 뭔가를 주워 먹고 있었다.
아마도 동면을 하던 물고기들이 다 깨어난 듯하다.
개울가까지 물이 흐른다.
보기는 참 좋다.
비가 오면 물이 더 많아지겠지.
봄이
이렇게 오고 있나 보다.
이러다 갑자기 또
겨울이 오진 않겠지.
그런데 아마도 추위가 또 올지도 모른단다.
다음 주엔 춥단다.
그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 . . . .
어제 퇴근길.
무심코 룸밀러를 봤는데
온통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사진은 눈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안타까워라.
동그랗고 붉은 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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