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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메리 크리스마스"

레테레테 2025. 2. 7. 19:58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렸다.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왔다.

또 눈이다.

올해는 눈이 왜 이리도 자주 내리는지.

응달엔 지난번에 내린 눈이 채 녹지도 않았는데

얼어붙은 그 눈 위로 또 눈이 내린다.

차바퀴가 휙휙 돈다.

살짝 겁이 난다.

사고라도 날까 봐 맘 졸이며 운전을 한다.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감으로 갈뿐.

이 정도면 눈이 민폐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바람은 또 어찌나 불던지

눈이 사선으로 내리 꽂힌다.

이런.

현관문을 나서니 

눈이 수북하다.

발이 푹푹 빠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츠를 신고 오는 건데.

몇 걸음 걷고 쾅쾅 발을 굴러

신발에 묻은 눈을 떨궈낸다.

안 그러면 양말까지 젖는다.

사람들도 차들도 거의 없다.

콜택시도 안되고 버스도 없고

그냥 걷는 걸로.

우산 위로 눈이 쌓인다.

손도 시리고 우산도 무거워지고.

드문 드문 보이는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다리 위 난간에 눈이 10cm 넘게 쌓였다.

제설차는 보이지도 않고.

너무 자주 오는 눈에 피곤하다.

다른 곳도 이리 많이 눈이 왔으려나.

낮이 되자 해가 나기 시작한다.

아 좋다.

햇살에 눈이 녹아내린다.

얼른 녹아라 얼른 녹아라.

안 그러면 내일 아침 눈이 꽁꽁 얼어붙어

걷기도 힘들 테니.

그래도 차도엔 눈이 가득하다.

불도저가 오더니 차도의 눈을 밀고 간다.

양달엔 어느 정도 눈이 녹았는데

응달엔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당분간 양달로만 다녀야겠다.

아침에 출근하니 팀장이 눈을 치우며

메리크리스마스 

하며 웃는다.

그래 메리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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