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이 좋은 날에 대한 예의 본문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회사가 아니라
볼일 보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쉬는 날.
좋다.
더위도 한풀 꺾이고.
10시 반쯤 다 끝났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에 가보는 걸로.
네비를 따라갔는데 주차장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관공서 입구에서 물어본다.
혹시 여기 ㅇㅇㅇ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그가 되묻는다 그런 곳이 있냐고.
이런.
그러더니 그가 검색을 해보더니
원래 일반인은 주차가 안되는데 일단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걸어 가보라고.
그의 안내대로 가서 주차를 하려니 그곳 주차장 관리인이 나오더니
주차가 안된다며 가라네.
할 수 없이 나와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른 도서관으로 가기로 했다.
세상에 보고도 못 들어가다니.
다른 도서관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찾기 쉬웠다.
엄청 오랜만에 가봤다.
자료실에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사노 요코 책을 두권 가져다 놓고 읽었다.
그러다 창밖을 보니 날씨가 정말 좋다.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다가
가방을 챙겨 나왔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는 건
저 파랗고 흰구름 가득한
이 좋은 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차를 몰아
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평일 낮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자리 잡고
산을 바라본다.
초록 초록
초록의 바다다.
커피 한 모금
마카롱 한입.
아 좋다.
생각난 이가 있어 별일 없으면 오라 하니
온단다.
늦게 온다더니 일찍 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라고.
자기도 혼자 와서 차를 마시며
산도 보고 지나가는 차들도 보고
맘 편히 있다 간다고.
올여름 잠깐 얼굴만 보고
거의 1년 만이던가.
같은 도시에 살아도 보기 힘들다.
사촌이고 동갑이고 친구이기도 하다.
좋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이야기했다.
언제 또 볼지 모르지만
쉬는 날 연락 하라네.
저녁노을을 보며 돌아오는 하루.
노을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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