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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좋다

레테레테 2024. 12. 21. 09:04

자다 깨서 살며시 커튼을 걷어본다.
음.
하얗군.
눈이 왔네.
정말로.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서서 
앞베란다를 바라다본다.
온통 흰 세상에
아스팔트에 두 줄만 까맣고 나머진 하얗다.
차가 다니는 길은 눈이 녹았고
중앙선과 2차선 그리고 인도는 하얗다.
눈이 제법 내렸다.
얼마나 왔을까.
글쎄.
우산을 챙겨 들고 나온다.
휴대폰 날씨에 8시부터 눈표시가 되어있다.
안 올 것도 같은데 
만약 조금씩 날리는 눈이라면 괜찮지만
펄펄 내리는 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발이 푹푹 빠진다.
도로에서 좀 멀찍이 떨어져 건물에 붙어서 걷는다.
잘못하면 까만 물세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그렇게 조심했는데 미끈.
한 바터면 넘어질 뻔.
잔뜩 긴장하고서 다시 걷는다.
건널목 근처까지 왔는데
파란불이다.
아직 건너지 못했는데 빨간불.
조금 빠르게 질척거리는 눈길을 뛰어본다.
다행히 아무도 경적을 울리진 않는다.
휴 다행이다.

다리에 올라서자
개울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도 하얀 나라다.
개울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오리들은 보이지 않는다.
개울가 갈대들도 하얗다.
다리 위 가운데 길이 나 있다.
아침 일찍 걸어간 사람들 흔적.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대신
난간 쪽으로 걸어본다.
아무도 걷지 않아 아무 흔적 없는.
한발 
한발
일자로 걸어보려 발에 힘을 준다.
잘 가다가 가끔 삐그덕 휙
아 삐뚤어졌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예쁘다.
지난번 눈은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참 예쁘게도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듣기 좋아서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서서히 눈에 닿도록 
걸어본다.



득.
ㅎㅎㅎ
좋다.
이리저리 풍경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래도 눈이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
그냥 천천히 걷는 걸로.
뽀드득 소리를 만끽하며.
학교까지 오니
눈 쌓인 정자와 나무들이 예쁘다.
휴대폰을 새로 장만하 기념으로 
사진 한번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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