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예전엔 몰랐다 본문
엊그제 비가 많이 내려서
개울물이 이끝에서 저끝까지다.
물살이 세서
청둥오리도 백로도 왜가리도 없다.
다들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잘 지내겠지.
텅 빈 물터를 주인인 양 헤집고 다니는 건
까만 가마우지.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뾰족한 머리만 물밖으로 살짝 보인다.
물고기들은 그렇지 않아도 혼비백산일텐데
가마우지가 가세하다니.
가마우진 예쁘게 봐주려도 봐줄 수가 없다.
물이 평소에도 저렇게 흘러가면 좋을 텐데
꼭 장마 때만 저리 많이 흘러간다.
그 점은 참 아쉽네.
도시에 큰 강이 있어야 발전한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물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초등학교 근처다.
누군가 "안녕하세요" 하기에
일단 '안녕' 하고 보니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잘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할 때이니
인사를 잘한다.
낯선이에게도.
그러다가 지금쯤 되면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간다.
그 모습도 귀여워.
학기 초와 지금은 변화가 많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는 아이들이 있는데
처음엔 여자아이 셋이서 다니더니
얼마 전부터 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등교를 한다.
새 친구가 생긴 것이다.
함께 다니던 여자아이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다닌다.
함께 다니던 다른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등교시간을 바꾼 것인지.
남자아이와 함께 하는 여자아이의 표정이 즐겁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귀여워.
학기말이 되면 또 다른 모습이겠지.
이다음에 생각이 나겠지.
초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 앞을 아직도 걸어 다닌다.
매일매일.
나도 예전엔 몰랐다.
그 앞을 이렇게 걸어 다닐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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