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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몰랐다

레테레테 2023. 7. 13. 14:19

엊그제 비가 많이 내려서

개울물이 이끝에서 저끝까지다.

물살이 세서 

청둥오리도 백로도 왜가리도 없다.

다들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잘 지내겠지.

텅 빈 물터를 주인인 양 헤집고 다니는 건

까만 가마우지.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뾰족한 머리만 물밖으로 살짝 보인다.

물고기들은 그렇지 않아도 혼비백산일텐데

가마우지가 가세하다니.

가마우진 예쁘게 봐주려도 봐줄 수가 없다.

물이 평소에도 저렇게 흘러가면 좋을 텐데

꼭 장마 때만 저리 많이 흘러간다.

그 점은 참 아쉽네.

도시에 큰 강이 있어야 발전한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물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초등학교 근처다.

누군가 "안녕하세요" 하기에

일단 '안녕' 하고 보니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잘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할 때이니

인사를 잘한다.

낯선이에게도.

그러다가 지금쯤 되면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간다.

그 모습도 귀여워.

학기 초와 지금은 변화가 많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는 아이들이 있는데

처음엔 여자아이 셋이서 다니더니

얼마 전부터 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등교를 한다.

새 친구가 생긴 것이다.

함께 다니던 여자아이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다닌다.

함께 다니던 다른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등교시간을 바꾼 것인지.

남자아이와 함께 하는 여자아이의 표정이 즐겁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귀여워.

학기말이 되면 또 다른 모습이겠지.

이다음에 생각이 나겠지.

초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 앞을 아직도 걸어 다닌다.

매일매일.

나도 예전엔 몰랐다.

그 앞을 이렇게 걸어 다닐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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