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제일 추운날 아침에 본문
버스에서 보이는
창밖은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해 보인다.
버스문이 열리고
발을 내딛는 순간
아 춥다.
바람이 너무 차다...
발걸음을 재촉해 걸으며
전에 옷 정리를 하며 털모자 버린 것을 후회한다.
버리지 말걸 그랬어.
있었으면 내일 쓰고 갈 텐데.
어쩌지.
털실이 있던가.
있으면 오늘밤 모자를 떠서 내일 쓰고 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집으로 간다.
집어 들어서자마자
혹시
전에 언니가 줬던 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모자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본다.
와
있다.
다행이다.
포장을 뜯지도 않았다.
하얀 모자는
귀마개와 세트네.
그것도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귀마개만 해도 된다.
와 신난다.
모자에 걸치는 형태라
모자처럼 쓰면
이마랑 귀가 가려지네.
정말 좋다.
내일은 춥지 않게 갈 수 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차를 가지고 가
오늘 같은 날 걸어서 다리 건너가면
얼어 죽어"
라는 말을 뒤로
귀마개를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하고 유리문을 연다.
혹시나 너무 추울까 봐
뒷걸음질로 나와도
추위는 감춰지질 않는다.
영하 12도.
바람이 너무도 차서
아마도 영하 15도 정도 되지 않을까.
장갑안에서 손가락을 빼서
주먹을 쥐어본다.
손가락이 너무 시려.
주먹을 꼭 쥐면 조금은 온기다 돈다.
장갑이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안 그러면 손이 꽁꽁 얼꺼야.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가
나까지 세명이다.
건너고 나니 나 혼자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드디어
다리 위에 올라섰다.
ㅎㅎㅎ
와 진짜 바람 세차다.
귀마개를 하고
모자를 썼음에도
모자 속으로 바람이
마구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이젠 이마까지 시리더니
머리가 아프다.
너무 추워서 머리가 아픈가 보다.
그건 그렇고
이 추위에 혹시나 오리가 왔을까
궁금함에 다리 아래 개울을 보니
얼음이 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개울 양쪽 가생이로만
얇은 얼음이 있었는데
오늘은 가운데까지 다 얼었다.
다행인지
오리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새끼 오리 일곱 마리가 있었는데.
추위를 피해 잘 지내고 있겠지.
그래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걸어온다.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뒤이어 또 한 사람이 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왔다.
얼굴이 너무 빨개서
깜짝 놀랐다.
모자도 안 쓴 거 같은데
잘못 봤나 싶어 뒤돌아보니
정말 맨머리다.
저렇게 다리를 건너도 괜찮을까...
다리를 건너니
바람이 조금 잦아든다
그래도 손, 발이 시리다.
장갑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좀 덜 시리다.
아 빨리 가자.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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