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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추운날 아침에

레테레테 2025. 1. 9. 21:04

버스에서 보이는 

창밖은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해 보인다.

버스문이 열리고

발을 내딛는 순간

아 춥다.

바람이 너무 차다...

발걸음을 재촉해 걸으며

전에 옷 정리를 하며 털모자 버린 것을 후회한다.

버리지 말걸 그랬어.

있었으면 내일 쓰고 갈 텐데.

어쩌지.

털실이 있던가.

있으면 오늘밤 모자를 떠서 내일 쓰고 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집으로 간다.

 

집어 들어서자마자

혹시

전에 언니가 줬던 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모자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본다.

있다.

다행이다.

포장을 뜯지도 않았다.

하얀 모자는

귀마개와 세트네.

그것도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귀마개만 해도 된다.

와 신난다.

모자에 걸치는 형태라

모자처럼 쓰면 

이마랑 귀가 가려지네.

정말 좋다.

내일은 춥지 않게 갈 수 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차를 가지고 가

오늘 같은 날 걸어서 다리 건너가면

얼어 죽어"

라는 말을 뒤로

귀마개를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하고 유리문을 연다.

혹시나 너무 추울까 봐

뒷걸음질로 나와도

추위는 감춰지질 않는다.

 

영하 12도.

바람이 너무도 차서

아마도 영하 15도 정도 되지 않을까.

장갑안에서 손가락을 빼서 

주먹을 쥐어본다.

손가락이 너무 시려.

주먹을 꼭 쥐면 조금은 온기다 돈다.

장갑이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안 그러면 손이 꽁꽁 얼꺼야.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가

나까지 세명이다.

건너고 나니 나 혼자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드디어

다리 위에 올라섰다.

ㅎㅎㅎ

와 진짜 바람 세차다.

귀마개를 하고 

모자를 썼음에도

모자 속으로 바람이 

마구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이젠 이마까지 시리더니

머리가 아프다.

너무 추워서 머리가 아픈가 보다.

그건 그렇고

이 추위에 혹시나 오리가 왔을까

궁금함에 다리 아래 개울을 보니

얼음이 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개울 양쪽 가생이로만

얇은 얼음이 있었는데

오늘은 가운데까지 다 얼었다.

다행인지 

오리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새끼 오리 일곱 마리가 있었는데.

추위를 피해 잘 지내고 있겠지.

 

그래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걸어온다.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뒤이어 또 한 사람이 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왔다.

얼굴이 너무 빨개서 

깜짝 놀랐다.

모자도 안 쓴 거 같은데

잘못 봤나 싶어 뒤돌아보니

정말 맨머리다.

저렇게 다리를 건너도 괜찮을까...

 

다리를 건너니 

바람이 조금 잦아든다 

그래도 손, 발이 시리다.

장갑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좀 덜 시리다.

아 빨리 가자.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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