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콩송편 본문
추석 아침
아
덥다.
베란다 문을 여니
새 몇 마리가 저 멀리 동쪽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차 서너대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침 일찍 가는 이들은
차례 지를 지내러 가거나, 성묘를 가는 거겠지.
사람들이 가는 건 이유가 있지만
새들은 무슨 이유로 어디를 가는 걸까.
궁금하네.
이제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코로나 영향이겠지.
기제사만 지내는 걸로.
엄마가 그렇게 하자고 하니.
예전엔 추석날 송편을 만들었었다.
이젠 떡집에서 사 오지만.
쉬는 날 집에서 아침을 먹는 건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
설, 추석 그리고 생일날.
오늘은 추석이니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그래도 추석이니 송편과 갈비가 있다.
송편은 콩떡이다.
콩떡을 한입 베어 무니
콩이 씹히는 게 맛있다.
웃음이 난다.
콩떡을 먹을 줄 그 옛날엔 몰랐다.
어릴 땐 다들 깨떡을 골라 먹느라 겉이 하얀 떡을 골랐다.
운이 좋아야 깨떡을 먹을 수 있었다.
콩떡은 보기만 해도 아니 당연히 통과.
어떨 땐 팥떡, 밤떡.
밤떡은 그나마 낫지만 팥떡은 콩떡이랑 마찬가지로 불호였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엔 먹지 않던 음식들이 좋아졌다.
보기만 해도 싫었던 콩.
물컹한 가지.
김치 사이에 있다가 씹히는 생강.
눈 동그랗게 뜬 멸치.
쓰고 보니 너무 우낀다.
이젠 골라서 먹는다.
정말 맛있어.
'반짝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휴 문을 닫다. (10) | 2024.09.18 |
---|---|
바나나 과자로 추석 아침을 연다. (7) | 2024.09.17 |
목마른 장미에게 물을... (3) | 2024.09.15 |
아 시원하다. (3) | 2024.09.05 |
9월 첫날이다. (5) | 202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