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콩송편 본문

반짝이는

콩송편

레테레테 2024. 9. 17. 09:28

추석 아침

덥다.

베란다 문을 여니

새 몇 마리가 저 멀리 동쪽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차 서너대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침 일찍 가는 이들은

차례 지를 지내러 가거나, 성묘를 가는 거겠지.

사람들이 가는 건 이유가 있지만

새들은 무슨 이유로 어디를 가는 걸까.

궁금하네.

 

이제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코로나 영향이겠지.

기제사만 지내는 걸로.

엄마가 그렇게 하자고 하니.

예전엔 추석날 송편을 만들었었다.

이젠 떡집에서 사 오지만.

쉬는 날 집에서 아침을 먹는 건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

설, 추석 그리고 생일날.

오늘은 추석이니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그래도 추석이니 송편과 갈비가 있다.

송편은 콩떡이다.

콩떡을 한입 베어 무니

콩이 씹히는 게 맛있다.

웃음이 난다.

콩떡을 먹을 줄 그 옛날엔 몰랐다.

 어릴 땐 다들 깨떡을 골라 먹느라 겉이 하얀 떡을 골랐다.

운이 좋아야 깨떡을 먹을 수 있었다.

콩떡은 보기만 해도 아니 당연히 통과.

어떨 땐 팥떡, 밤떡.

밤떡은 그나마 낫지만 팥떡은 콩떡이랑 마찬가지로 불호였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엔 먹지 않던 음식들이 좋아졌다.

보기만 해도 싫었던 콩.

물컹한 가지.

김치 사이에 있다가 씹히는 생강.

눈 동그랗게 뜬 멸치.

쓰고 보니 너무 우낀다.

이젠 골라서 먹는다.

정말 맛있어.

 

 

'반짝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휴 문을 닫다.  (10) 2024.09.18
바나나 과자로 추석 아침을 연다.  (7) 2024.09.17
목마른 장미에게 물을...  (3) 2024.09.15
아 시원하다.  (3) 2024.09.05
9월 첫날이다.  (5)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