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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파란 하늘 흰 구름. 부드러운 햇살 그리고 눈. 눈이 날린다. 찬 바람을 등에 업고. 아. 겨울이 끝난게 아니었다.
출근길. 어디선가 갑자기 새끼오리 네마리가 나타났다. 개울 한가운데서 유유히 물위를 떠다니고 있다. 큰 오리는 보이지 않는다. 내 눈에만 안띠는게 아닐까. 지난번에 본 오리와는 다른 오리인가 보다. 아주 작다. 멀리서도 정말 귀여워. 근데 오리들은 어떻게 새끼들을 키울까. 누가 가르쳐 주는걸까. 새끼들도 처음 살아보는 생이고, 어미들도 엄마가 처음일텐데. 모는걸 다 알려줘야겠지. 어떤 동물을 피해야 하는지. 그들에겐 사람도 피해야할 대상이겠지. 지난번 오리들이 귀여워서 발걸음을 멈추니 갑자기 훨훨 날라가더라. 지난주 개울가에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봤다. 처음엔 잘못 봤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검은 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오리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라. 오리들도 고양이가 있다는걸 알았겠지. 고양이가 안..
오늘 아침은 5분 정도 일찍 집에서 나왔다. 매일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도 아침을 먹고 나면 거의 비슷한 시간이다. 커피를 내리는 날도 거의 비슷하다. 엄만 아침은 꼭두새벽에 먹는데 뭘 하다가 그리 급하게 가냐고. 꾸물대긴 엄청 꾸물댄다고 한소리 한다. 나도 이상한게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갈 준비를 마치는데 나올 땐 매일 허겁지겁하면서 나온다. 일찍 준비를 한 날엔 아 너무 이른데 하며 잠깐 TV를 보다 보면 늦었다. 그렇다고 그 프로그램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오늘은 모래에도 꽃이 핀다 재방송을 보다가 정신 차려 5분쯤 일찍 나왔다. 근데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늦게 나온 시간이랑 비슷하다. 조금 늦은 날엔 서둘러 걷는데 오늘은 시간이 많아서 여유 있게 걸었더니 그런가 보다. 아마도..
날씨 한번 요상하다. 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비가 오고 비가 오는가 하니 눈이 오고 급기야 진눈깨비까지. 이런 날엔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프다. 카페모카가 먹고 싶다. 예전엔 정말 많이 마셨었다. 주문할 때마다 크림 많이 많이 꾹꾹 눌러 담아 주세요 했었다. 언제부턴가 블랙만 마시네. 오늘도 카페모카가 먹고 싶지만 믹스커피로 한잔. 너무 달아서 설탕을 조금만 넣었더니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밍밍한 커피가 되어 버렸다. 제대로 된 카페모카 마시고 싶네.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 그래도 개울가엔 눈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희끗희끗. 돌 위에 얼음이 간간이 보이고. 그런 개울물에 큰 오리들은 하늘로 엉덩이를 보이며 자맥질을 하고 저쪽에선 새끼 오리들이 이리저리 물 위를 떠다닌다. 지난번엔 여섯 마리 정도 되어 보이더니 오늘 보니 열대여섯 마리 정도 보인다. 저 많은 새끼 오리들이 어디서 온 것일까. 큰 오리도 늘은 거 같아. 한동안 큰 오리끼리 싸우더니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겨울에 작은 오리들은 본 건 처음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있나 보다. 오리들이 쑥 쑥 크는 거 같지는 않네. 내 아이는 크지 않지만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던데. 내 오리도 아닌데 왜 빨리 안크는 것일까...
하얀 눈 덮인 아침길.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는다. 넘어질세라. 차도는 거의 다 녹았다. 얼마 전 눈이 온다는 예보에 도로가 뿌옇도록 염화칼슘을 뿌려 대더니. 미끄러질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어서인지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반짝. 처마에서 물이 뚝뚝뚝 떨어진다. 바람은 찬데 해살이 퍼져서 녹는다. 눈 녹듯이란 말이 실감 나네. 퇴근길에 보니 인도에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응달이거나 눈을 모아 둔 곳에만 눈이 왔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래도 아마 다리 위는 눈이 그대로 있겠지 했는데 막상 다리 위에 올라서니 난간 쪽에만 눈이 조금 남았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1월에. 올해는 다른 해보다 좀 따듯한 걸까. 글쎄.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다. 크리스마스이브엔 눈이..
비 내리는 2023년 마지막 날. 엄마 선물이야 이억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면에 웃음을 지며 걸어온다. "뭔데?" 응 이억이야 하며 즉석 복권 한장을 건넨다. "너 이억 됐어?" ㅎㅎㅎ 아니. 엄마가 긁어봐. 엄마가 백원짜리 동전으로 조심스럽게 복권 그림을 하나씩 하나씩 긁는다. 난 한번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쭈욱 긁고. 난 오백원 3개가 나왔다. 엄만 이억 두개 오천원 두개 백만원 두개. 꽝이네. 잠시나마 즐거웠다. 지금처럼 내년에도 엄마와 나 그리고 블로그 이웃들에게,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