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아카시아 향이 오늘도 날까. 본문
아침에 눈 뜨며
오늘이 일요일인가?
아니구나.
이를 닦으며
오늘이 금요일인가?
아 토요일이구나.
이상하지 오늘은 일요일 같기도 하고
금요일 같기도 하다.
유리문을 밀고 빛나는 햇살 속으로 나간다.
기대와는 다르게 선선함이 훅 들어온다.
약간 쌀쌀하네.
햇살은 저리도 따듯해보이는데.
말라비틀어져 색 바랜 보랏빛 영산홍이 매달려 있고,
그 주변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다.
하얗고, 노랗고, 붉은.
보라빛 붓꽃도.
이른 토요일 아침.
거니는 사람도 없고
간간이 차들이 지나간다.
한적한 토요일 아침.
좋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아 오늘은 개울에 백로와 오리가 있으려나.
그리고 아카시아 향이 오늘도 날까.
하는 생각에 빨간 신호가 참 길다.
드디어 파란색.
다리 위에 들어섰는데 아카시아 향이 나지 않는다.
벌써 다 진건가.
다리 아래를 보니 아직도 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보인다.
더 가까이 가니 향이 난다.
아 좋다.
처음처럼 진하진 않지만 그래도 향이 나네 .
은은하게.
올해 처음 알았다.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는지.
이제 해마다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으려나.
어렸을 때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고
줄기에 머리를 감아 파마를 한다고 했던 옛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래 그랬었지.
이 개울에서 수영도 하고.
오늘은 개울에 물만 흘러간다.
오리도 백로도 왜가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물고기들만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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