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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이 오늘도 날까.

레테레테 2023. 5. 13. 10:23

아침에 눈 뜨며

오늘이 일요일인가?

아니구나.

이를 닦으며 

오늘이 금요일인가?

아 토요일이구나.

이상하지 오늘은 일요일 같기도 하고

금요일 같기도 하다.

유리문을 밀고 빛나는 햇살 속으로 나간다.

기대와는 다르게 선선함이 훅 들어온다.

약간 쌀쌀하네.

햇살은 저리도 따듯해보이는데.

말라비틀어져 색 바랜 보랏빛 영산홍이 매달려 있고,

그 주변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다.

하얗고, 노랗고, 붉은.

보라빛 붓꽃도.

 

이른 토요일 아침.

거니는 사람도 없고

간간이 차들이 지나간다.

한적한 토요일 아침.

좋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아 오늘은 개울에 백로와 오리가 있으려나.

그리고 아카시아 향이 오늘도 날까.

하는 생각에 빨간 신호가 참 길다.

드디어 파란색.

다리 위에 들어섰는데 아카시아 향이 나지 않는다.

벌써 다 진건가.

다리 아래를 보니 아직도 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보인다.

더 가까이 가니 향이 난다.

아 좋다.

처음처럼 진하진 않지만 그래도 향이 나네 .

은은하게.

올해 처음 알았다.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는지.

이제 해마다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으려나.

어렸을 때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고

줄기에 머리를 감아 파마를 한다고 했던 옛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래 그랬었지.

이 개울에서 수영도 하고.

오늘은 개울에 물만 흘러간다.

오리도 백로도 왜가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물고기들만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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