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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크고 흰 뭉치가서서히 헤엄치듯이리저리 나부낀다.첫눈이다.올겨울. 새벽에 깨서 커튼을 살짝 열어본다.아 까맣다.음 아직 내리지 않았나.분명 밤에 내린다고 했었는데.아침에 일어나니새까만 아스팔트는 빛나고개울가에는 흰 눈이 쌓였다.눈이다.눈이 왔다.어느새 왔는가.밤새 틈틈이 내다 봤는데. 회색빛 하늘 내린 날.혹시나 하는 맘에 우산을 챙겨 들고 나왔다.함박눈이다.첫눈이 함박눈이기 쉽지 않은데.올해는 함박눈으로 시작하는구나.좋다.싸락눈이었으면 살짝 실망했겠지만.바람도 세차다.우산으로 이리저리 바람을 막아 보지만 역부족.발등과 옷에 가방에 겨울이 달라붙는다. 아직도 초록이 가득한 잔디 위로 하얀 솜이불이 덮였다.저리도 푸른데 괜찮으려나.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길에발자국을 만들어 간다.그 누구도 걷지 않은 길.내 ..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다.겨울이라 생각했는데아직가을인가 보다. 이상하지.10월 27은 항상 추웠고가을의 끝이었다.11월이 시작되면해가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한다.나의 겨울은 이때부터 시작되고동지가 되어 해가 노루꽁지만큼 길어지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는 거다.해가 길어지면 영하 십몇 도가 되어도견딜 수 있다.봄이 오고 있다는 거니까.남들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해가 길어진다는 것만으로도기분이 좋아진다.나의 계절 셈법이 타인과 다르지만겨울을 일찍 맞으니봄이 조금 일찍 맞는 것도 일리 있지 않은가.....

우연히 바라본 초등학교 주차장. 붉은 장미꽃들이 있었다. 세상에 처음 봤다. 아침엔 차들이 있어서 못봤는데 아주 우연히 봤다. 장미는 겨울만 빼고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는것인가. 어제는 운전하며 가다가 노랑 하양 분홍 주홍 빨강 장미꽃을 봤다. 크고 탐스러운데 활짝 피기까지 했더라. 운전중이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쉬워라. 대신 눈에, 가슴에 가득 담아왔다. 장미꽃 덕분에 예쁜 하늘을 봤다. 11월 중순의 하늘이 마치 초가을 하늘같다. 정말 이래도 되나...
어제도오늘도 날이 정말 좋았다.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이거실로 스며든 아침.아마 올해 마지막으로 느끼는 가을이 아닐까.베란다에서 내려다본 거리.가을 끝자락을 만끽하려 길을 나선 사람들.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가로수.며칠새노랗게 변해 버린 은행나무들과아직도 초록초록한 은행나무.저쪽 도로 나무들은 노란색이쪽 도로 나무들은 초록색.간간이 초록과 노랑이 함께하는 연두빛 나무들.같은 하늘아래이렇게 다르다니.사람이 모두 다른 모습이듯나무들도 다른 모습일까.왜 모두 노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초록잎 사이로 보이는 주황색 감들.예쁘게 잘 익었다.그 옆에는초록잎들이 둥글게 말리고 그 사이사이로붉은 산수유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주황색 감과 붉은 산수유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하늘 향해 고개들고 있던 나뭇잎들이 아래로 ..

눈이 번쩍 뜨였다.5시다.이런 오늘은 출근 안 해서 늦게까지 자도 되는데.TV를 틀고 핸드폰 충전을 하며 해순이에게 밥을 준다.그리곤 다시 눈을 감는다.6시쯤 일어나 아침에 먹을 요구르트 준비를 하곤다시 누웠다.깜빡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뜨니 8시 반이 넘었다.아침을 먹고 TV를 본다.계획대로라면과자를 다 만들고 11시쯤엔 나가야 하는데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었다.있는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어쩔 수 없이 1시쯤 집을 나선다.3시쯤 볼 일을 다 보고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출발. 아 날씨는 정말 좋다.가는 길 내내 노랗고 붉은 나무들.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며칠 전까지 봤던 나무들은 노랑과 초록이 섞인 연두빛.봄의 연두빛과는 좀 달랐지만가을에도 연두빛이 있다는 것은..
까만 하늘에 드문드문별이 보인다.이렇게 까만 하늘을 언제 보았던가.언니가 저녁을 먹자 하여오랜만에 봤다.이 얘기 저 얘기.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집에 올 시간.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다.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온 날은쉽게 잠들지 못한다.리듬이 깨진 것도 있고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도 하고.언니는 이과여서 그런지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반면 나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다.무조건 내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이야기해 줄 땐 ?하기도 하지만한편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알고 지낸 지 거의 10년이 넘는 거 같아.좋은 사람이 곁에 있음을 행운이라 여긴다.오늘밤도 쉽게 잠들긴 어렵겠지만좋은 만남이었다.
아침부터비가 오는 듯하더니그쳤다.해가 없어서인지쌀쌀하다.세상에며칠 전까지만 해도짧은 팔에 반바지를 입고서도덥다 덥다가을이 오긴 오는 거야했는데오늘은 손이 곱더라.연신 손을 비비며 출근하고 퇴근하고. 영 오지만 않을 거 같던 가을이 왔다.비와 함께.오늘도 무척 바뻤다.월 말일과 초는 항상 바쁘다.눈이 빠져라 모니터만 보다보면.근데 이러다 갑자기 겨울 되는거 아닐까.또 너무 앞질러 갔나.ㅎㅎㅎ
아쉬워라.일요일이 저물어 가고 있다.어제 저녁부터 바뻤다.어젯밤엔외가 어른들과 저녁.모시고 오고 가고.그게 생각보다 힘들더라.이젠 한 명만 빼곤 여든이 넘어거동이 쉽지 않네.다들 푸짐한데엄마랑 나랑만 비실비실.ㅎㅎ 오늘은 일을 많이 했다.이제 날이 선선해지니 커피콩을 볶았다.날씨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인지커피콩을 볶는데 너무 더워서땀이 삐질삐질.다 볶아 실버스킨을 제거하고식혀서 통에 담으니 부자가 되었다.커피 부자.화요일부터 커피를 내려 가야지.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내리는 그 과정이 더 좋다.항상 설레고.이번엔 어떤 맛이 날까 하고. 이번엔써큘레이터를 청소한다.다이소에서 산 드라이버 세트 중못에 맞는 드라이버를 찾아하나하나 나사를 풀고망을 벗겨내고선풍기 날을 빼서 일단 물에 담가둔다.그리곤 나사를 잃어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