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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떼가 나타났다

레테레테 2024. 3. 17. 10:06

어제 퇴근하려 준비하는데

상사가 

"ㅇㅇ씨 요즘 개울에 가마우지 있나?"

-네 엄청 많아요.-

지난주부터 개울엔 전쟁이다.

어느 날 아침 다리 위로 까만 새 한 무리가 날아가더라.

언제 까마귀가 저렇게 많아졌나 하곤 

개울을 보니 개울가가 하얗다.

백로가 떼로 몰려 있었다.

음 한동안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많은 백로는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일 년에 몇 번.

그날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갔는데

며칠 후 

그와 비슷한 광경을 봤다.

자세히 보니 까만 새는 까마귀가 아니었다.

가마우지였다.

가마우지와 백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중.

백로들이 다가가자

가마우지가 날아오른다.

백로들 사이에 왜가리가 보인다.

아마도 백로와 늘 함께 하던 

그 왜가리인 듯.

가마우지들이 놀라

다들 날아가는데 세 마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백로 한 마리가 날아오자 

그 세 마리도 자리를 뜬다.

아마도 그 세 마리는 예전에 왔던 그 가마우지가 아니었을까.

그 가마우지들은 처음엔 백로와 기싸움이 있었지만

나중엔 거리를 두고 평화를 유지했었다.

가마우지와 백로에겐 생존의 문제겠지.

가마우지가 이쪽 끝에서 잠수해서 

저쪽 끝으로 가는 사이

개울은 난리가 난다.

물고기들은 이리저리 우좡좌왕.

백로들은 그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가마우지가 얼마나 날쌘지

몇 번만 왔다 갔다 하면

물고기가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 많은 가마우지들이 왔을까.

며칠 전 기사를 봤다.

가마우지가 유해조류로 지정됐다는.

그것과 관련이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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