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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사막속으로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 그래도 개울가엔 눈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희끗희끗. 돌 위에 얼음이 간간이 보이고. 그런 개울물에 큰 오리들은 하늘로 엉덩이를 보이며 자맥질을 하고 저쪽에선 새끼 오리들이 이리저리 물 위를 떠다닌다. 지난번엔 여섯 마리 정도 되어 보이더니 오늘 보니 열대여섯 마리 정도 보인다. 저 많은 새끼 오리들이 어디서 온 것일까. 큰 오리도 늘은 거 같아. 한동안 큰 오리끼리 싸우더니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겨울에 작은 오리들은 본 건 처음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있나 보다. 오리들이 쑥 쑥 크는 거 같지는 않네. 내 아이는 크지 않지만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던데. 내 오리도 아닌데 왜 빨리 안크는 것일까...
하얀 눈 덮인 아침길.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는다. 넘어질세라. 차도는 거의 다 녹았다. 얼마 전 눈이 온다는 예보에 도로가 뿌옇도록 염화칼슘을 뿌려 대더니. 미끄러질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어서인지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반짝. 처마에서 물이 뚝뚝뚝 떨어진다. 바람은 찬데 해살이 퍼져서 녹는다. 눈 녹듯이란 말이 실감 나네. 퇴근길에 보니 인도에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응달이거나 눈을 모아 둔 곳에만 눈이 왔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래도 아마 다리 위는 눈이 그대로 있겠지 했는데 막상 다리 위에 올라서니 난간 쪽에만 눈이 조금 남았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1월에. 올해는 다른 해보다 좀 따듯한 걸까. 글쎄.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다. 크리스마스이브엔 눈이..
비 내리는 2023년 마지막 날. 엄마 선물이야 이억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면에 웃음을 지며 걸어온다. "뭔데?" 응 이억이야 하며 즉석 복권 한장을 건넨다. "너 이억 됐어?" ㅎㅎㅎ 아니. 엄마가 긁어봐. 엄마가 백원짜리 동전으로 조심스럽게 복권 그림을 하나씩 하나씩 긁는다. 난 한번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쭈욱 긁고. 난 오백원 3개가 나왔다. 엄만 이억 두개 오천원 두개 백만원 두개. 꽝이네. 잠시나마 즐거웠다. 지금처럼 내년에도 엄마와 나 그리고 블로그 이웃들에게,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 하길.
드디어 책이 왔다. 한동안 책 읽을 생각도 못했는데 연휴에 읽으려고.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다 읽을 수는 없고 나름 고민하다 선택한 책들이다. 회복탄력성만 빼고 나머지 책들 작가는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한번 더 보는걸로. 책 겉표지랑 속지 색이 너무 상반되어서 약간은 놀랐다. 책을 처음 펼칠 때^^ 그것 또한 좋았다.
펼 펄 눈이 내린다. 이런 날에는 달달한 커피믹스가 좋다. 쓰윽하고 콧속으로 들어오는 커피 향이 어찌나 좋은지. 단 커피는 별로지만 그윽한 커피향은 하루종일 맡아도 좋을 거 같아. 눈이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고 있다. 아침엔 쌀가루 같은 눈이 조금씩 날렸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렸다. 눈송이가 점점 더 커지며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눈송이마다 모양이 다 다르네. 지금은 마치 새처럼. 날개를 위로 접은 그런 모습이네. 너무 예쁘다. 새들이 나는 거 같아서. 조금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계속 보고 있으려니 멀미가 난다. 아 촌스럽게.
이틀간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어찌나 많이 내렸던지 개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물이 넘실 거린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거세게 내려가는 개울물. 넘실대는 개울물 위로 흰 눈이 내린다. 눈과 물이 하나 되어 흘러 흘러간다. 12월에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개울을 물들였던 초록은 이제 검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서 땅으로 땅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 계절에 이때쯤엔 눈이 펑펑 내리고 개울물은 거의 얼어가고 있어야 할 때인데. 개울둑엔 초록 초록하다. 잡초와 잔디들은 봄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갈색과 초록이 함께한 계절. 눈 속에서도 그 초록들은 잘 버텨가며 봄을 맞겠지. 이 눈 내리는 날 백로와 왜가리와 작은 새끼 오리들은 잘 지내고 있는가. 어디서 작은 새끼 오리들이 온 ..
커다란 눈송이가 바람을 타고 빙글 빙글 돌다가 사뿐히 내려 앉는다. 마치 흰 나비처럼 우아하게. 장난끼 많은 바람은 하이얀 눈을 빙글 빙글 돌리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내리 꽃히기도 하고 게처럼 옆으로 비껴 불기도 한다. 천천히 빠르게 바람따라 이리저리 춤을 추듯 나부끼는 하이얀 눈송이. 하늘엔 하얀 눈송이가 가득하다.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 여름이후 그 일상이 사라진 느낌.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들어도 귀에 들리지 않고. 왜 그럴까...